재경일보

네덜란드 법원, 中 소유 넥스페리아 경영 조사 명령

장선희 기자

네덜란드 법원이 중국 자본이 소유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를 상대로 경영 부실 의혹에 대한 정식 조사 명령을 내리면서, 유럽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 네덜란드 법원, 넥스페리아 '경영 부실' 조사 착수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항소법원 기업전담재판부는 11일 넥스페리아의 경영 정책과 사업 운영에 의구심을 가질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며 전격적인 조사를 명령했다.

법원은 특히 현재 직무가 정지된 CEO의 미국 수출 규제 대응 방식과 잠재적인 이해상충 문제를 핵심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조사 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지배구조 분쟁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윙테크의 설립자이자 넥스페리아 CEO인 장쉐정(Zhang Xuezheng)의 행보에서 비롯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유럽 측 임원들로부터 CEO의 독단적인 경영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적 지식과 역량' 손실을 막기 위해 넥스페리아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발동했다.

법원 역시 장 CEO가 이사회와 상의 없이 미국의 수출 규제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을 변경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은 장 CEO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넥스페리아 지분 대부분을 외부 관리 체제 하에 둔 상태다.

넥스페리아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의 '뇌관'된 기초 반도체

넥스페리아는 차량용 조명부터 전자 장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초 반도체의 핵심 공급처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이 회사의 수출을 제한했을 당시, 혼다(Honda)가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여타 완성차 업체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는 등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에 큰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 조사가 공급망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넥스페리아 측은 법원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모기업인 중국 윙테크 테크놀로지는 조사를 통해 자사 행위의 정당성이 증명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경영권 분쟁 미·중 갈등의 대리전 양상으로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의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하면서, 모기업인 윙테크가 제재 대상인 넥스페리아 역시 강력한 수출 제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넥스페리아의 유럽 경영진과 중국 본사는 서로를 비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넥스페리아 측은 윙테크가 중국 내 사업부를 볼모로 회사를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윙테크는 임시 경영진이 공급망을 훼손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법원은 "현재 넥스페리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내부 관계를 회복하고 생산 및 납품을 정상화할 수 있는 안정이 우선"이라며 기존의 통제 조치를 연장했다.

넥스페리아 사태는 단순한 기업 내부 분쟁을 넘어 유럽의 산업 안보 전략을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유럽은 한편으로는 중국 자본 유치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 유출과 공급망 리스크를 경계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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