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트럼프, 대법원 판결 후 국가안보 관세 검토…섹션232로 대체

장선희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2기 관세 정책 상당 부분을 무효화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국가안보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검토 중인 조치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대법원 판결로 무산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공백을 다른 법적 권한으로 메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배터리·주철·산업화학·전력망 장비 등 6개 산업 대상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새롭게 검토 중인 관세 대상에는 ▷대형 배터리 ▷주철 및 철제 연결부품 ▷플라스틱 배관 ▷산업용 화학제품 ▷0전력망 및 통신장비 등이 포함된다.

이들 품목은 에너지 전환, 인프라 재건, 통신망 안정성 등과 직결되는 전략 산업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분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는 상무부의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일단 부과되면 대통령이 단독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부의 재량권이 크다.

◆ 232조 vs 301조…법적 수단 다변화

이번에 검토 중인 232조 관세는 대법원이 문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는 별개다.

대법원은 6대 3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거의 모든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고 판단했다.

해당 관세는 트럼프 2기 관세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15%의 글로벌 관세를 5개월간 유지하고, 이후에는 무역법 301조(Section 301)를 활용한 추가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232조는 이러한 301조 관세와는 별도의 법적 틀이다.

◆ 기존 철강·자동차 관세는 유지…확대 가능성도

대법원 판결은 232조 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철강, 알루미늄, 구리, 자동차, 트럭 및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해 232조를 적용해 왔다.

2기 들어서는 원자재뿐 아니라 해당 소재를 사용한 소비재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했고, 예외 인정도 제한적으로만 허용해왔다.

행정부는 기존 철강·알루미늄 관세 구조 개편도 추진 중이다.

명목 관세율은 낮추는 대신, 제품 전체 가격에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실질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의 실제 납부 관세액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제공]

◆ 반도체·의약품 등 9개 산업도 조사 진행 중

행정부는 이미 ▷반도체 ▷의약품 ▷드론 ▷산업용 로봇 ▷태양광 패널용 폴리실리콘 등 9개 산업에 대한 232조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 조사는 1년 가까이 진행돼 왔으며, 대법원 판결 이후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미국의 공급망 자립과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 전략과 맞물린 조치로 풀이된다.

◆ “모든 합법적 권한 활용”…백악관 강경 기조 유지

백악관은 이번 움직임과 관련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보호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이며, 모든 합법적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 제동에도 불구하고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 통상 리스크 재확대…글로벌 공급망 긴장 고조

트럼프 행정부가 232조를 적극 활용할 경우, 관세 정책은 다시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통신·첨단 제조업 분야에 대한 관세는 글로벌 공급망과 동맹국 기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원 판결로 일시 제동이 걸렸던 관세 정책이 법적 근거를 바꿔 재가동되는 양상이다.

 향후 상무부 조사 결과와 국제사회의 대응이 글로벌 통상 질서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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