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통 제조업을 넘어 로봇·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전반에서 한국을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수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에서도 메모리 분야를 제외하면 인공지능(AI) 칩 설계 등 비메모리 영역에서 중국이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로봇·자율주행서 중국 약진…‘R&D는 한국, 양산은 중국’
보고서는 전문가 설문을 바탕으로 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로봇·자율주행 등 미래 신산업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제품 개발·설계 등 R&D 역량에서는 한국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부품 조달 능력과 대량 생산 체계, 해외 시장 창출 역량에서는 중국이 우위를 차지했다.
이는 기술력 자체보다는 산업 생태계와 생산 스케일에서의 격차가 승부를 갈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비스 로봇(청소·서빙 등)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상용화 속도에서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 전기차·배터리, ‘생태계 경쟁’서 밀린 한국
전기차 산업에서도 경쟁 구도는 엇갈린다.
한국은 사후 유지보수 및 일부 해외 시장 개척 역량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으나, 자율주행 기술과 통합 플랫폼 경쟁력에서는 중국이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배터리·전장·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완성형 생태계’ 구축에서 중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격차로 지적된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동시에 가속화하고 있다.
▲ 반도체, 메모리만 ‘세계 최고’…AI 칩은 중국 우위
반도체 산업은 양국 경쟁력이 가장 선명하게 갈린 분야다.
한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AI 칩 설계, 반도체 설계 플랫폼 등 비메모리 영역에서는 중국이 우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시대 핵심 경쟁력이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설계 역량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 ‘프리미엄 시장’과 기술 축적은 한국의 기회
보고서는 한국에도 기회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품질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 한국 제품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소재·부품·장비 등 축적된 기술력은 여전히 한국 제조업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기술 정밀도와 품질 안정성은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산업분석팀장은 “한·중 산업 경쟁은 단순한 기술 추격 단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 시장을 포함한 구조적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개별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공급망 통합 능력·시장 지배력·플랫폼 구축 역량 등 종합적 경쟁력에서 승부가 갈리는 국면이라는 의미다.
▲ ‘K-제조 모델’ 구축이 과제…초격차 전략적 활용 병행해야
보고서는 한국이 AI 시대에 맞는 독자적 ‘K-제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초격차 기술 확보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의 산업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유연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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