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AMD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맞춤형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메타가 AMD 지분 10%를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단순한 고객-공급자 관계를 넘어선 ‘지분 연계형 파트너십’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6기가와트 규모 AI칩 확보…“기가와트당 수십억 달러 가치”
24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메타는 AMD로부터 총 6기가와트(GW) 규모의 맞춤형 AI 칩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대형 AI 모델 학습 및 추론(inference)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것으로, AI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선제 투자로 해석된다.
AMD의 리사 수(Lisa Su) 최고경영자(CEO)는 “기가와트당 컴퓨팅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6GW는 미국 50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이번 계약이 사실상 초대형 데이터센터 단위의 투자임을 보여준다.
▲ ‘칩-지분 맞교환’ 구조…최대 1억6000만주 취득 가능
이번 계약의 핵심은 성과 연동형 워런트(warrant) 구조다.
AMD는 메타에 최대 1억6000만주를 주당 0.01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메타가 칩을 단계적으로 주문할 때마다 일정 물량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워런트는 2031년 2월까지 유효하며, 최종 물량은 AMD 주가가 600달러에 도달하는 등 일정 가격 조건을 충족해야 행사 가능하다.
첫 번째 지분 이전은 올해 하반기 첫 1GW 물량이 출하될 때 이뤄질 예정이다.
리사 수 CEO는 “메타가 AMD의 장기적 성공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구조”라며 “우리가 메타의 차세대 수요 논의에서 항상 중요한 자리를 확보하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 ‘순환형 거래’ 확산…오픈AI 사례와 유사
이번 계약은 최근 AI 업계에서 늘고 있는 ‘순환형(circular) 거래’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AMD는 지난해 10월 오픈AI(OpenAI)와도 유사한 방식의 계약을 체결, ChatGPT 개발사에 최대 10% 지분을 부여하는 구조를 마련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AI 산업 특성상, 장기적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고객을 전략적 동반자로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재무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사실상의 ‘상호 의존적 자금 조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엔비디아 독주에 균열?…빅테크 ‘공급 다변화’ 본격화
이번 거래는 시장 1위 엔비디아(Nvidia)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적 움직임으로도 읽힌다.
엔비디아 역시 최근 메타와 다년간 계약을 체결해 수백만 개 칩을 공급하기로 했다.
메타 인프라 책임자인 산토시 자나르단은 “단일한 실리콘 솔루션이 모든 워크로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엔비디아, AMD, 그리고 자체 설계 칩 모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메타는 AMD의 MI450 AI 칩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버전을 도입할 예정이며, 주로 AI 모델 ‘추론’ 작업에 활용된다. 이는 대규모 학습 이후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발생하는 연산 수요를 처리하는 핵심 영역이다.
▲ 메타, AI 인프라 투자 최대 1350억달러로 확대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최대 1350억달러(약 180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미 AMD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메타는 자금 조달 다변화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3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역대 최대 채권 발행 기록을 세웠다. 막대한 데이터센터 건설과 칩 구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AMD는 데이터센터 기업 크루소(Crusoe)가 오하이오 시설에 칩을 설치한 뒤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사용 보장(backstop)’을 제공, 골드만삭스의 3억달러 대출을 지원하는 등 공격적인 금융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 AI 패권 경쟁, ‘칩 자본’ 동맹 시대로
이번 메타-AMD 계약은 단순한 반도체 공급 계약을 넘어 ‘칩과 자본이 결합된 전략 동맹’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AI 인프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 간 관계는 점점 더 복합적인 지분·금융 연계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실제 성능 경쟁이다. 메타가 AMD를 통해 엔비디아 대안 체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따라,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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