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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트럼프 압박에도 강경 선택…모즈타바 하메네이 승계

장선희 기자

이란 성직자 지도부가 타협 대신 정면 대응을 선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한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가 최고지도자 후계자로 임명되면서다.

이 결정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잇는 인사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단순한 권력 승계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이자, 이란 체제가 앞으로도 강경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뤄진 후계 결정

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분쟁이 시작된 직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으로 사망했다.

현재 전쟁은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기관인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는 그의 아들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임명했다.

이 결정은 테헤란 권력 핵심에서 강경파가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이란의 전쟁 전략과 향후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Alex Vatanka) 선임연구원은 “모즈타바의 승계는 기존 체제의 연장선에 있는 선택”이라며 “미국이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해 86세 지도자를 제거했지만 결국 더 강경한 그의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게 됐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정치적 굴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신정 체제에서 최고지도자는 외교 정책과 핵 프로그램, 군 통제 등 국가 전반의 최종 권력자이며, 대통령과 의회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

▲ 강경 후계자 선택, 대결 노선 강화 신호

분석가들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등장이 이란 지도부가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떠한 타협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특히 그의 가족 일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상황은 정치적 복수와 강경 노선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취임 이후 빠르게 권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국내 정치 통제와 반대 세력 탄압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헤란과 가까운 한 중동 지역 관계자는 “세계는 오히려 그의 아버지 시대를 그리워하게 될 수도 있다”며 “모즈타바는 강력한 통치를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내부 탄압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이미 흔들리던 이란 내부 상황

이란은 전쟁 이전부터 심각한 내부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격렬한 사회적 불안이 이어졌고, 경제 상황 역시 크게 악화됐다.

고물가와 통화 가치 하락, 빈곤 확대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정부의 강경한 통제 정책은 오히려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까지 겹치며 정치적·경제적 압박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지 상황에 정통한 한 이란 내부 소식통은 “모즈타바 체제에서는 내부 통제가 훨씬 강화되고 대외 정책도 더욱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AFP/연합뉴스 제공]

▲ 미국과의 외교 타협 가능성 낮아

중동연구소의 폴 세일럼(Paul Salem) 선임연구원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외교적 협상에 나설 인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등장하는 어떤 지도자도 타협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은 강경한 시기에 내려진 매우 강경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성직자 사회에서는 알리 하메네이의 죽음을 순교(martyrdom)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일부 성직자들은 그를 시아파 역사에서 희생과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맘 후세인에 비유하며 체제 결속을 강조하고 있다.

▲ “아버지보다 더 강경한 인물” 평가

전 미국 외교관이자 이란 전문가인 앨런 아이어(Alan Eyre)는 모즈타바를 “아버지보다 더 강경한 성향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모즈타바가 혁명수비대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강력한 보복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 노선은 위험성도 동반한다.

이스라엘은 하메네이의 후계자 역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의 군사 지도부와 정권 핵심이 제거돼야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오랫동안 권력 중심에 있던 ‘그림자 실세’

현재 56세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오랫동안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개혁 세력에 반대해 왔다.

그는 보수 성직자들과 혁명수비대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치·안보 체제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분석가들은 그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아버지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하며 사실상의 ‘미니 최고지도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다.
그는 권력 접근을 통제하는 게이트키퍼로서 안보 체계와 경제 네트워크에 깊이 관여해 왔다.

미국 재무부는 2019년 모즈타바가 공식 직책이 없음에도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권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이란판 사담 혹은 아사드’의 길?

모즈타바의 집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양국의 합동 공격은 이란 내 연료 저장 시설 등 주요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걸프 지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걸프 지역 한 정부 관계자는 모즈타바의 임명에 대해 “이란이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이란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폴 세일럼 연구원은 이란의 향후 상황을 1991년 이후의 이라크나 2012년 이후의 시리아와 비슷한 경로로 비유했다. 즉 전쟁과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정권은 생존하지만 국가의 통제력과 안정성은 점차 약화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은 강경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내부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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