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사유와 수행의 미학을 현대미술로 풀어내 온 신용일 작가가 일본에서 초대전을 열고 깊은 울림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끝은 시작이다’라는 주제로, 4월 18일(토)부터 4월 26일(일)까지 일본 오사카 유에갤러리(ギャラー佑英, Gallery YuEi)에서 개최되며, 생성과 소멸, 비움과 채움의 철학을 담은 그의 대표 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신용일 작가는 수십 년간 인류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心體要節)’의 문자를 작업의 모티브로 삼아왔다. 그는 문자라는 문명의 상징을 캔버스 위에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뒤, 다시 흙으로 덮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행위는 단순한 조형 작업을 넘어, 동양 사상의 핵심인 ‘공(空)’, 비움 속에서 채움이 이루어지는 순환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작업 방식 또한 독창적이다. 붓 대신 ‘마음 주머니’라 이름 붙인 도구를 사용해 황토와 아교를 섞은 재료로 글자를 써 내려간다. 수천 자에 달하는 한자 문장을 일정한 호흡과 집중력으로 기록하는 과정은 수행에 가깝다. 이후 그 위에 흙과 돌가루, 안료 등을 덮고 문지르고 뿌리는 반복 행위를 통해, 글자는 사라지면서도 흔적을 남긴다.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문자들은 오히려 더 깊은 상징으로 남아, 시간과 인내, 깨달음의 층위를 형성한다.
작가는 “글자는 지워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기억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것을 새기고, 또 잊고, 다시 채운다. 그의 작품 속 문자 역시 쓰이고, 덮이고, 흘러내리며 사라지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흔적은 더욱 강렬한 의미로 남는다.
이번 전시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결핍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비움의 미학’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이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명상의 장으로 기능한다.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서 연출과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프랑스 랭스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신용일 작가는 한국을 비롯해 뉴욕, 런던,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베트남,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특히 2025년에는 뉴욕 원아트스페이스 초대전과 마이아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투병의 시간을 견디며 작업에 몰두해 온 그의 삶 또한 작품과 닮아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스스로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반복 속에서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한편에 남겨진 문장처럼, “어쩌면 오늘(Perhaps Today)” 우리는 자신이 어떤 시대를 사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흔적을 남기는 존재이며, 예술은 때로 더하는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신용일 작가의 이번 일본 전시는, 흙이라는 원초적 재료를 통해 인간과 문명, 그리고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깊은 사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오사카 초대전
-전시:'끝은 시작이다'
-일시:2026년 4월 18일(토)~4월 26일(일)
-장소: 일본 오사카 유에갤러리 (ギャラ)- 佑英, Gallery YuEi
-관람 시간: 오후 1시~7시
마지막 날은 오후 5시까지 운영
휴관:4월 21일(화), 22일(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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