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이란 휴전 흔들, 마감 시한 앞두고 외교적 시험대

장선희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성립 하루 만에 합의의 지속 가능성과 포괄적 평화 정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주말 테헤란 측과의 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의 긴장은 여전히 팽팽한 상태다.

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8일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이 토요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관리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합류해 휴전 협정이 설정한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수십 년 묵은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율에 나선다.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위태로운 휴전과 불거지는 균열

파키스탄의 중재로 화요일 밤 극적으로 타결된 제한적 휴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이란에 대한 파괴적 공격 시한 직전에 이뤄졌다.

그러나 토요일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합의의 균열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 특사를 지낸 로버트 말리는 이번 휴전 협정이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이 이미 합의 내용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협상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말리 전 특사는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출발"이라고 덧붙였다.

▲ 합의 내용을 둘러싼 극명한 입장 차이

이란의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10개 항의 '합의 프레임워크' 중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 등 3개 조항이 이미 위반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내용이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또한 이란의 숙원인 국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재확인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이슬라마바드 회담에 이란 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러한 상황에서의 양자 휴전이나 협상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이스라엘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내부적 압박

미국 당국은 이란이 갈등 대응 차원에서 군사화했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일 밤까지 기뢰가 설치된 이 수로를 통한 유의미한 선박 통행 재개 징후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공개적으로는 기싸움을 벌이겠지만, 휴전 붕괴를 막고 이슬라마바드 협상장까지 나아갈 동기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5주간의 전쟁으로 지도부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지지층의 반발 등 국내적 압박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 백악관의 낙관론과 실질적 한계

카롤린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수요일 브리핑에서 이란으로부터 '협상의 실질적 토대'가 될 수 있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며 낙관적인 톤을 유지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 제안이 과거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요구사항들과는 달리 합리적이라고 평가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향후 2주간 비공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라는 경제적 지렛대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양보를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라늄 농축 권리를 주장하는 이란과 '농축 제로'를 고수하는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 단기간에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협상팀 구성 변화와 전문가들의 우려

이번 미국 측 협상팀에 JD 밴스 부통령이 합류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과거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주도했던 협상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공격을 감행했던 전례 때문에 이란 측은 이들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반면, 군사 행동에 회의적이었던 밴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이란이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베테랑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나 핵 분야에 경험이 부족한 인물들에게 고난도 협상을 맡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차관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외교관들을 협상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란의 협상 지연 전술과 진실을 숨기는 태도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이스라엘과 국내 여론

이스라엘의 역할 역시 불확실한 변수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를 넘어 이란의 신정 체제 전복을 목표로 전쟁 재개를 압박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강경파인 마크 레빈 등은 휴전 자체를 비판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보수 여론의 향방에 따라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이란 지도부가 국내용으로 발신하는 승리 선언과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양보를 얻어냈다는 허위 주장이 외견상의 평가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경우,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이 다시 흔들릴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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