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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핵 협상 재개… 다시 '시간 벌기' 전략 부상

장선희 기자

미국과 이란이 다시 핵 협상에 나서면서 이번 협상의 핵심이 ‘근본 해결’이 아닌 ‘시간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양국이 핵무기 보유 문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협상안은 장기적 해결보다는 일정 기간 핵 활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 20년 중단 vs 5년 유예… '영구 금지' 대신 '유예' 카드

1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미국이 이란의 핵 농축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20년간 모든 핵 활동을 '중단(suspension)'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연료를 생산할 권리를 영구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명분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란 측은 핵 활동을 최대 5년간 중단하겠다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2월 제네바 협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전쟁 결심으로 몰아넣었던 제안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중단 기간을 두고 구체적인 숫자를 논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극적인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밴스 부통령
[AP/연합뉴스 제공]

▲ 트럼프의 딜레마… '일몰 조항' 혐오하던 과거와 충돌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은 이번 협상이 자칫 2015년 오바마 정부의 핵 합의(JCPOA)와 닮아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JCPOA를 "절대 맺어선 안 됐을 끔찍하고 편파적인 합의"라고 비난하며 탈퇴한 바 있다. 당시 비판의 핵심은 특정 시점이 지나면 제한이 풀리는 '일몰 조항'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합의가 핵 활동의 완전 중단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제안이 단 몇 년이라도 핵 활동을 완전히 멈추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는 핵 위협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대해 과거 협상팀이었던 로버트 말리 등 전문가들은 단 몇 년의 유예라도 과거보다 진전된 결과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봉쇄 정책과 '탈취' 위협… 강경한 미국의 레드라인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레드라인'이 확고함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 시행 중인 강력한 해상 봉쇄가 이란의 협상 갈망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약 970파운드(약 44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하 깊숙이 보관된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파한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반면 이란은 연료의 국외 반출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신 농도를 대폭 낮춰 무기화가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 '동결 자금 해제'가 협상의 돌파구 될까

협상의 마지막 관건은 역시 돈이다. 이란은 트럼프 1기 당시 제재로 인해 카타르에 동결된 약 60억 달러 규모의 석유 판매 대금을 해제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이란에 현금을 송금한 것을 강하게 비난해왔기에, 자금 해제에 합의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협상은 이란의 핵 보유 시계를 늦추기 위한 또 하나의 '시간 벌기' 시도로 요약된다.

북한이나 인도, 파키스탄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핵무기 제조를 저지당해 온 이란이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보여줄지가 향후 며칠 내에 결정될 재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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