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갈등이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 공급을 차단하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물론 AI 서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PCB의 가격 상승은 메모리 칩 비용 상승으로 고통받던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타격이 되고 있다.
▲ 세계 PPE 공급 70% 차지하는 사빅 공장 가동 중단
공급망 혼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4월 초 발생한 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석유화학 단지 공격이다.
이 공격으로 PCB 라미네이트 제조의 필수 기초 소재인 고순도 폴리페닐렌 에테르(PPE) 수지 생산이 중단됐다.
전 세계 고순도 PPE 공급의 약 70%를 담당하는 사빅(SABIC)이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재 수급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걸프만 연안의 해상 운송까지 전쟁으로 심각한 차질을 빚으며 물류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 PCB 가격 한 달 새 40% 폭등…AI 서버 수요가 상승 견인
PCB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AI 서버 수요 증가로 상승세를 보여왔으나, 3월 이후 제조업체들이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상승 폭이 가팔라졌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PCB 가격이 전월 대비 최대 40%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향후 몇 년간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이러한 추가 가격 인상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시장 조사기관 프리즈마크(Prismark)는 글로벌 PCB 산업 규모가 2026년까지 958억 달러에 달하며 1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대덕전자 등 주요 업체 가격 협상 착수…원자재 대기 시간 5배 늘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MD 등을 고객사로 둔 한국의 대덕전자는 이미 고객사들과 가격 인상 논의를 시작했다.
대덕전자의 한 임원은 에폭시 수지와 같은 화학 자재의 대기 시간이 기존 3주에서 15주로 대폭 늘어남에 따라, 현재 최우선 과제는 고객사가 아닌 공급사 관리라고 전했다.
유리 섬유와 구리박 등 다른 핵심 자재의 부족 현상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PCB 제조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구리박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최대 30% 상승했으며, 3월부터 그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AI 서버용 고사양 PCB 가격, 일반형의 10배 육박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인 중국의 승굉기판은 중동 분쟁이 수지와 구리 등 주요 자재 가격을 더욱 밀어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승굉기판에 따르면 일반적인 다층 PCB의 가격은 제곱미터당 약 1,394위안(약 204달러) 수준이다.
반면 AI 서버에 들어가는 하이엔드 모델의 경우 제곱미터당 약 13,475위안(약 1,974달러)에 달해 일반 제품보다 10배 가까이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사양 제품 수요가 맞물리면서 테크 기업들의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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