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신흥 재벌 알리 알 자이디(Ali Al Zaidi)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차기 이라크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워싱턴으로 초청하며 "미국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는 이라크 내 권력 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적 무명 인사가 국가 수장 자리에 다가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백악관의 지지에는 강력한 조건이 붙었다.
차기 내각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를 배제하고 바그다드 내 테헤란의 영향력을 축소하라는 요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친이란 성향의 누리 알 말리키 전 총리가 거론되자 원조 중단을 경고하며 압박한 바 있으며, 이에 친이란 시아파 연합체인 '조정틀(Coordination Framework)'은 타협안으로 자이디를 선택했다.
▲ 미 재무부의 '달러 거래 금지' 전력이 걸림돌
자이디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본인 소유 은행의 과거 전력이다.
2024년 미 재무부는 자이디 소유의 '알 자누브 이슬람 은행(Al Janoob Islamic Bank)'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민병대 지도자 시블 알 자이디와 거래한 정황을 포착하고 달러 거래를 금지했다.
미 당국은 해당 은행이 미군을 공격해온 테러 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해당 의혹이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부인하고 있으나, 달러 거래 금지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차기 총리 지명자 본인이 직접적인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함께 은행 지분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워싱턴의 '이란 영향력 배제' 요구와 충돌할 수 있는 민감한 대목이다.
▲ 민병대 무장해제 요구... '정치적 도박'이자 '위험한 여정'
백악관이 요구하는 민병대 척결은 자이디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겨준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들은 국가 경제와 정치 시스템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특히 은행권을 통해 미국의 달러를 확보해 테헤란으로 유출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을 무장해제하거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도는 즉각적인 무력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에스마일 까아니 사령관은 최근 바그다드를 방문해 민병대 지도자들을 정부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디가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유지하면서도 국내의 강력한 친이란 세력을 통제해야 하는 외줄 타기 형국에 놓인 셈이다.
아틀란틱 카운슬의 빅토리아 테일러 연구원은 "총리가 누구든 이들 세력을 깎아내는 과정은 매우 길고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미국산 쌀 수입 등 '식량 안보' 주도하며 영향력 확대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이디가 유력 후보로 떠오른 배경에는 이라크 경제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
그는 금융뿐만 아니라 위성 방송, 정부 조달 사업을 통해 부를 쌓았으며, 특히 그의 기업 '알 아위스(Al Awees)'는 이라크 정부의 식량 배급 프로그램에 필요한 쌀과 설탕 등 주요 생필품 수입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그의 은행을 달러 시스템에서 차단했을 때, 이라크의 미국산 쌀 수입 체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이라크 당국은 자이디의 회사가 달러 대신 유로화로 미국산 쌀을 계속 구매할 수 있도록 예외적인 우회 경로를 마련해 줄 만큼 그의 사업은 국가 경제의 명줄을 쥐고 있다.
자이디는 현재 이란과 미국의 승인을 동시에 얻어내며 내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취임 후 실질적인 '탈이란'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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