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국세청 '재계 저승사자' 메리츠증권 전격 투입, 금융권 전방위 탈세 조사 신호탄

윤근일 기자
국세청 '재계 저승사자' 메리츠증권 전격 투입, 금융권 전방위 탈세 조사 신호탄
©연합뉴스

 

국세청이 메리츠증권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투입해 비정기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 착수 이후 사흘 만에 이루어진 조치로, 세정당국의 칼날이 금융업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에 조사요원들을 급파하여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 장부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정기적인 세무 점검이 아닌 특정 혐의를 바탕으로 한 비정기 세무조사로, 국세청은 메리츠증권의 구체적인 세금 탈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통상 대기업의 탈세나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특수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강도가 상당할 것임을 시사한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은행 영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분야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급격한 외형 성장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 2024년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를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은 메리츠증권 전직 임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엄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전직 임원 A씨는 재직 당시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가족회사의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1,0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임원은 지난 1월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조직 내 관리 감독 부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부의 금융권 구조개혁 의지와 맞물려 금융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해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문제를 구조적 모순으로 규정하며 금융권의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세정당국의 행보는 대통령실의 정책 기조가 발표된 직후 매우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국세청은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지 단 사흘 만에 메리츠증권을 정조준했다. 이는 특정 기업에 국한된 조사가 아니라 금융 산업 전반의 불투명한 회계 관행과 탈세 혐의를 뿌리 뽑겠다는 사정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성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동시다발적인 특별 세무조사가 시장의 활력을 저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치주의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투명한 세무 조사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이 누리는 독점적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금융기관의 탈세나 내부통제 실패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근간인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조사는 금융권 내에 만연한 부조리를 척결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체제를 재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세청의 조사 범위가 다른 증권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의 세무조사 정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조사4국의 투입 자체가 주는 중량감은 업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제기된 탈세 혐의와 내부통제 부실 의혹에 대해 소명 자료를 준비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행정 제재나 검찰 고발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융권의 자정 작용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대대적인 사정 국면의 시작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분간 여의도 금융가에는 국세청의 서슬 퍼런 칼날을 피하기 위한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보이며, 기업들은 세무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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