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럽연합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 제재 전격 합의 헝가리 입장 변화로 교착 타개

재경 외신부 기자
유럽연합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 제재 전격 합의 헝가리 입장 변화로 교착 타개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 정착민과 관련 단체에 대한 제재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결정은 그간 제재안 통과를 가로막았던 헝가리의 입장 선회로 수개월간의 외교적 교착 상태가 해소된 결과다. 다만 이스라엘 내 극우 각료들은 회원국 간의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 최종 제재 명단에서 제외됐다.

유럽연합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하며 중동 분쟁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수위를 높였다. 브뤼셀에서 열린 외무이사회는 극단주의적 폭력을 주도한 개인과 단체를 제재 명단에 올리기로 합의하며 국제법 준수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급증한 정착민 폭력 사태를 억제하려는 서방 국가들의 공통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헝가리의 정권 교체와 외교 전략 변화가 수개월간 이어지던 유럽연합 내 의사결정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친이스라엘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해당 제재안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 표를 던지며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무력화해 왔다. 그러나 새롭게 취임한 머저르 페테르 총리가 유럽연합과의 협조를 공언하며 전격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제재를 위한 모든 법적 걸림돌이 제거되었다.

서안지구 내 인도적 위기는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정착민들의 조직적인 폭력이 일상화되면서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팔레스타인 당국과 유엔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정착민들의 공격 강도와 빈도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서안지구 내 폭력 사태는 단순한 우발적 충돌을 넘어 팔레스타인 주민의 거주권을 위협하는 체계적 압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재의 실효성과 회원국 간의 만장일치 합의를 위해 이스라엘 정부 내 핵심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당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들이 정착민 폭력을 방조하거나 부추겼다는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할 것을 검토했으나 일부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이는 이스라엘 정부와의 최소한의 외교적 채널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폭력 가담자들을 처벌하려는 타협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은 이번 회의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안에도 합의하며 균형 있는 외교적 압박을 시도했다.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제재는 가자지구 내 인질 문제와 테러 자금줄 차단을 목적으로 하며 이는 정착민 제재와 동시에 집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투트랙 제재'는 유럽연합이 중동 분쟁의 양측 당사자 모두에게 국제적 규범 준수를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스라엘과의 경제적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유럽연합은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의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과의 무역 관계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나 국가별 입장 차이로 인해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또한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 역시 상당수 국가가 지지하고 있으나 경제적 파장을 고려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이스라엘의 주권적 법 집행권을 침해하고 중동 내 유일한 민주주의 우방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스라엘 우익 세력은 유럽연합의 제재가 정착민들의 자위권을 무시한 편향적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서안지구 내 불법 정착촌 확장과 폭력 방치가 두 국가 해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향후 유럽연합의 대중동 정책은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 정착촌 생산 제품의 원산지 표기 강화 및 수입 제한 등 실질적인 시장 격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이스라엘 정부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며 향후 국제 형사 재판소의 조사와 맞물려 이스라엘을 향한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은 시장 질서와 인권 가치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대외 압박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연합#서안지구#이스라엘#정착민#제재
유럽연합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 제재 전격 합의 헝가리 입장 변화로 교착 타개 : 글로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