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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AI 반도체 공급망 '싹쓸이'…메모리·TSMC 선점 가속

장선희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메모리와 핵심 부품 공급망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산업 확산으로 부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공급망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가 공급업체들과 맺은 구매 확약 규모가 급증하면서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이 기술 경쟁을 넘어 ‘희소 자원 확보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 3개월 만에 89% 급증한 구매 확약 규모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실적 보고에서 공급업체 대상 구매 확약 규모가 952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가 투자한 다양한 프로젝트 관련 확약 규모인 114억달러를 압도하는 수준이며, 불과 3개월 만에 89% 급증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시 “향후 수 분기 이상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 메모리 가격 폭등…AI 공급난 심화

엔비디아가 공급망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핵심 메모리 부품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생산 능력 확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첨단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TSMC의 제조라인과 광통신 부품 역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돈이 많다고 해서 공급을 즉시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메모리 공장 하나를 신설해 안정적으로 가동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 엔비디아 자금력으로 공급망 선점

엔비디아의 구매 확약 규모는 올해 예상 자유현금흐름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AI 인프라 투자 열풍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현금 동원력에는 큰 부담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단순히 반도체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AI 산업 전체 공급망을 장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AI 칩 생산뿐 아니라 메모리·패키징·광통신·파운드리까지 연결된 생태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브로드컴·AMD도 공급 확보 경쟁 가세

공급망 선점 경쟁은 엔비디아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브로드컴은 지난 3월 투자자들에게 “내년 AI 반도체 매출 1000억달러 달성을 위해 필요한 공급망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해당 사업 매출의 3배를 넘는 공격적 목표다.

엔비디아의 경쟁사 AMD 역시 지난주 실적 보고서에서 내년까지 약 210억달러 규모의 구매 확약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불과 3개월 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업계 전반에서 AI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제조 역량을 장기 계약으로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돈 없는 기업은 밀려난다”…공정성 논란도

문제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은 공급망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Cerebras)는 이번 주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공모가 범위를 약 30% 상향 조정하며 약 48억달러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 수요가 강하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 같은 초대형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레브라스는 IPO 서류에서 “핵심 부품과 서비스 대부분을 장기 계약 없이 구매 주문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공급 부족 상황에서 안정적인 부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AI 반도체 시장, 이제는 ‘희소성 관리’ 경쟁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기술력만이 아니라 공급망 통제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AI 수요 폭증 속에서 메모리와 첨단 제조라인 확보 여부가 기업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처럼 막대한 현금력을 가진 기업들이 공급망을 장악할 경우 중소 경쟁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희소성 관리의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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