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트럼프-시진핑 동상이몽 정상외교…기술·안보 갈등은 그대로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 마지막 날 일정에 돌입했지만, 양국이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는 우호적 분위기와 화려한 의전이 이어졌지만, 실제로는 미·중 관계의 방향성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근본적 차이가 확인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무역과 투자 중심의 ‘실용적 거래 재정비’로 규정한 반면, 중국은 장기적인 ‘전략적 안정’ 구축의 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상외교를 넘어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의 관리 방식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은 ‘경제 협력’, 중국은 ‘전략적 안정’ 강조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회담 성과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와 중국의 대미 투자 가능성을 부각했다.

또한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와 이란 핵무기 보유 반대에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회담을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시 주석을 오는 9월 워싱턴 국빈 방문에 초청했다.

반면 중국 측 발표는 경쟁 관리와 관계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은 양국 간 갈등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장기적 안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 확산을 차단하려는 시진핑 주석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시진핑, 대만 문제 직접 압박

이번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은 대만 문제였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직접 언급하며,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양국이 충돌하거나 심각한 대립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전체와 직접 연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전략적 안정 관계를 원한다면 대만 문제에서도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전직 미국 외교관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는 “중국은 전략적 안정과 대만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드릴 경우 정상 간 합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미국 “대만 정책 변화 없다”…긴장 관리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대만 발언에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지만, 백악관은 기존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이를 공식 지지하지 않는 기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 현상을 변경하려 할 경우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중국과 직접 충돌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압박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비교적 신중하게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다.

대만 당국은 중국의 강경 요구가 미국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조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무역갈등 완화에도 ‘패권 경쟁’은 지속

양국은 지난해 격화됐던 관세 전쟁 국면에서는 다소 벗어났지만, 근본적인 갈등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패권 경쟁과 중국의 대미 투자, 이란 문제 등 핵심 현안에서 양국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중국의 대이란 군사장비 지원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소개했지만,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정책과 중국의 에너지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 이해관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시진핑
[AFP/연합뉴스 제공]

▲ AI 협력 논의 속 숨겨진 기술 패권 경쟁

양국은 인공지능(AI) 안전 프로토콜 논의에도 합의했지만, 이 역시 협력보다는 경쟁 구도가 더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중국과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AI 분야에서도 미국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중국과의 대화 자체가 경쟁력 우위에 기반한 것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관리된 경쟁’ 속 불안한 동행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관계 개선의 신호라기보다 충돌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한 ‘관리된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양국 모두 공개 충돌은 피하려 하지만, 대만·기술·안보·경제 문제에서 근본적 이해 충돌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화려한 외교 무대 뒤에서 미·중 양국이 서로 다른 전략적 계산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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