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 카자흐스탄이 카스피해 해상 경로를 활용해 이란에 식물성 식용유를 수출하며 유라시아 지역의 새로운 전략적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이번 물류 경로 확보로 연간 최대 20만 톤의 유지류 수출이 가능해졌으며, 양국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을 기반으로 관세 우대 혜택을 공유하며 경제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서부 악타우항을 기점으로 카스피해를 관통하여 이란으로 향하는 식물성 기름 수출 노선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비영리기구인 카자흐스탄 국립지방종자가공협회(NAOPK)는 지난달 유채씨유 5,000톤을 실은 선박을 이란에 성공적으로 입항시켰으며, 이는 양국 간 해상 경로를 통한 식용유 수출의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번 수출은 카자흐스탄 내 최대 식용유 제조업체가 주도하고 이란의 코우로시 푸드 인더스트리가 수입을 담당하며 민간 경제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입증했다.
해상 운송 효율성의 극대화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첫 수출 물량인 유채씨유 5,000톤을 선박에 선적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이틀 반에 불과했으며, 이는 기존 육로 운송 대비 물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결과다. 지난 13일에는 두 번째 수출 물량인 해바라기씨유 5,000톤의 선적까지 마무리하며 카스피해 경로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물류망 가동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서방의 제재 압박 속에서도 독자적인 에너지 및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시장의 거대한 수요는 카자흐스탄 농업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은 매년 약 350만 톤 규모의 식물성 기름과 관련 식품을 수입하는 대형 시장이며, 카자흐스탄은 최근 3년간 이미 10만 톤 이상의 관련 제품을 이란에 공급해 왔다. 악타우항 수출 경로가 월 3~4회 주기로 정례화될 경우, 연간 수출량은 최소 15만 톤에서 최대 20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공급망 확장은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경제 블록 내에서 카자흐스탄의 물류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이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교역의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구성국들이 주도해 출범한 EAEU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응하는 지역경제통합기구로서의 성격이 짙다. 양국은 해당 협정에 따른 관세 우대 정책을 상호 적용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무역 확대를 넘어 역내 정치적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러시아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경제 협력 의지는 굴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 중동 전쟁의 여파로 양국 간 추진되던 일부 프로젝트가 일시 중단되는 부작용이 발생했으나, 식량 안보와 직결된 무역 및 경제 협력은 중단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실리를 우선시하는 보수적인 대외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의 긴장 고조 속에서도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물류 회랑이 유지되는 것은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경로 확보가 양국 무역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디카르 이브라기모프 NAOPK 회장은 "이란 시장은 카자흐스탄 식물성 기름 수출을 위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악타우항 수출 경로 출범으로 인해 향후 수출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란이 매년 소비하는 방대한 양의 유지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제조업체들이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카자흐스탄과 이란은 수년 내 양국 간 무역량을 현재 수준에서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장기적으로는 무역량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여 카스피해를 유라시아 내륙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서방 중심의 해상 물류망에서 탈피하여 내륙 국가들 간의 독자적인 경제 벨트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향후 글로벌 시장 질서와 원자재 공급망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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