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외국인 35조 원 투매에 맞선 개미들의 32조 방어전, 금리 중력이 코스피 흔든다

윤근일 기자
외국인 35조 원 투매에 맞선 개미들의 32조 방어전, 금리 중력이 코스피 흔든다
©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가 8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35조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32조 원 규모의 순매수로 지수 하락 저지에 나선 형국이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거센 매도 압력에 장중 한때 7,142선까지 밀렸으나 개인의 방어에 힘입어 간신히 7,500선을 회복하며 장을 마쳤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간의 전례 없는 수급 공방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8거래일간 총 35조 7,310억 원어치의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 하방 압력을 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32조 6,890억 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양상을 보였다. 18일 하루에만 외국인은 3조 6,515억 원을 순매도했으나, 개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로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1% 오른 7,516.04로 마감했다.

대외 경제 여건의 급격한 악화가 외국인 자본 이탈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8일 오후 한때 5.16%를 기록하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 역시 4.10%까지 오르며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자산 기피 현상을 부추겼다.

미국의 물가 지표 역시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며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을 꺾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또한 3.8%로 집계되어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는 등 고물가 기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거시 경제 환경은 원·달러 환율을 1,500.3원까지 끌어올리며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 규모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자산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 시기로 규정하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 이은택·이다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금과 같은 버블 국면에서 금리 상승은 모든 자산을 먹어치우는 중력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금리 상승이 단순한 변동성 확대를 넘어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재조정하는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 역시 외국인의 이탈을 단순한 차익실현이 아닌 포트폴리오 위험지표(VaR) 관리에 따른 자산 재배분 과정으로 분석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의 추가 매수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영증권 이상연 연구원은 현재의 신용융자 잔고가 과거 2020~2021년 '동학개미 운동' 당시의 과열 국면과 비교해 아직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는 지수 조정 시 개인이 추가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금 체력이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개인의 견조한 수급 지지력은 코스피가 장중 급락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의 붕괴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하락세가 과도하며 조만간 반전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신중한 낙관론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임계점인 120달러를 돌파할 경우 미국 행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격적인 정책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정책적 반전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의 공포 심리가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기계적 중립의 관점에서 제기된다. 시장의 효율성이 시험대에 오른 만큼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냉철한 판단을 유지해야 한다.

향후 국내 증시는 미국 국채 금리의 안정 여부와 환율 흐름에 따라 그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완화되지 않고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지수의 추가 변동성 확대는 피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고금리와 고환율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자산 배분 전략을 보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을 견디기 위해서는 기업의 펀더멘털과 거시 지표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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