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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은행 HSBC 6조 원 규모 사모대출 투자 전면 보류...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에 전략 수정 불가피

이겨례 기자
유럽 최대 은행 HSBC 6조 원 규모 사모대출 투자 전면 보류...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에 전략 수정 불가피
©연합뉴스

 

유럽 최대 금융 그룹인 HSBC가 지난해 야심 차게 발표했던 40억 달러 규모의 사모대출 펀드 투자 계획을 1년째 이행하지 않으며 사실상 무기한 보류 상태에 들어갔다. 이는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건전성 악화와 차주들의 사기 의혹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급증한 데 따른 경영진의 선제적 방어 기조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글로벌 투자 은행들의 보수적 자산 운용 전환을 상징하는 단면이라고 분석한다.

HSBC는 자체 사모대출 펀드에 40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실제 자산 집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HSBC 자산운용 부문이 운용하는 펀드로 이체된 자금은 현재까지 전무하며 향후 구체적인 집행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다. 내부 소식통은 경영진이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하여 자금 투입 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던 HSBC의 공격적인 외연 확장 전략은 글로벌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해 6월 발표 당시 금융계에서는 HSBC가 사모대출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의지로 해석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니콜라스 모로 HSBC 자산운용 부문 책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사모대출 시장 진출을 군비 경쟁에 비유하며 강력한 투자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투자 이행이 유보된 배경에는 차주들의 사기 의혹과 자산 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 등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확산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 사모대출 시장의 불안정성은 HSBC 경영진이 투자 신중론으로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산 환매 요청이 급증하고 담보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분석한다.

실제로 HSBC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형 사모대출 펀드를 운용하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계열사와의 레버리지 금융 거래로 인해 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러한 손실 규모가 공개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으며 HSBC의 주가는 하루 만에 6% 이상 급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비록 올해 전체 주가는 12%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특정 부문의 손실이 전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HSBC의 사모대출 시장 익스포저는 전체 1조 달러에 달하는 대출 포트폴리오 중 약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측은 이러한 낮은 비중을 근거로 시장 리스크가 전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투자가 무산되면서 수익 다변화를 꾀하던 자산운용 부문의 성장 동력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 보류가 지나치게 보수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사모대출 시장의 일시적 조정기를 오히려 우량 자산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수적 접근이 은행의 장기적 생존에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향후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은 금리 경로와 기업 부도율 추이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HSBC 역시 시장 안정화 시점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통화 정책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대규모 자본 투입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HSBC의 투자 유보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택하는 '리스크 오프'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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