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의 강력한 저지로 10년 연속 세계보건총회 공식 참가가 무산되었으나, 외교 및 보건 수장을 제네바 현지에 파견해 독자적인 국제 보건 협력 행보를 강행했다. 라이칭더 총통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만의 세계보건기구 가입이 글로벌 보건 안보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광대들의 행태'라고 규정하며 주권 침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 양안 간의 외교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만 정부는 제79차 세계보건총회(WHA)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 린자룽 외교부장과 스충량 위생복지부장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전격 파견했다. 이번 파견은 중국의 반대로 대만의 공식 참가가 10년째 가로막힌 상황에서 국제 사회에 자국의 보건 역량을 과시하고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대표단은 WHA 기간에 맞춰 제네바 현지에서 '대만 글로벌 보건 포럼 시리즈'를 독자적으로 개최하며 국제 보건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포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이 인류 전체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라이 총통은 건강한 대만을 건설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힘을 합치기를 강력히 원한다는 의사를 영어로 전달하며 글로벌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WHO에 가입함으로써 자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세계 나머지 지역을 지원하는 데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이러한 독자 행보를 주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유례없는 수위의 비판을 쏟아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당국이 세계 곳곳에 인원을 보내 회의에 비집고 들어가려는 행위를 '하찮은 광대들의 행태'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측은 수교국이 대만 지역과 어떠한 형식으로든 공식적인 왕래를 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하며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 장을 제공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대만 대표단의 제네바 방문이 스위스 정부의 공식적인 주선 없이 이루어진 점에 주목하여 보도했다. 스위스 외무부 대변인은 유효한 여권을 소지한 대만 국민은 비자가 필요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방문이 자국의 외교적 조율에 따른 결과가 아님을 시사했다. 다만 스위스 측은 보건 문제가 국경을 초월하는 성격임을 인정하며 과거 대만이 옵서버로 참여했던 절충안이 최근 몇 년간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대만은 과거 WHO 회원국 지위를 유지했으나 1972년 유엔이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 회원국 자격을 상실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후 양안 관계의 부침에 따라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옵서버 자격으로 WHA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차이잉원 정부 출범 이후 관계가 악화되며 2017년부터 참가가 전면 차단되었다. 대만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매년 제네바 호텔 프레지던트 윌슨 등에서 자체 행사를 열어 국제 보건 사회와의 접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대만의 배제가 글로벌 방역 체계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대만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교통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정치적 갈등이 공중보건의 가치를 앞설 경우 전 세계가 예기치 못한 방역 공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만의 실질적 참여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만의 이러한 행보가 중국을 자극하여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야기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은 대만의 WHA 참여 시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국제 기구 내에서의 정당성을 방어하고 있다. 이러한 반대 의견은 대만의 국제 기구 가입 시도가 단순한 보건 이슈를 넘어 양안 간의 주권 다툼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린자룽 부장의 이번 스위스 방문은 그가 외교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유럽 내 비EU 국가를 방문한 주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스위스는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만이 아닌 중국과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외교 지형 속에서도 대만이 제네바행을 강행한 것은 국제 사회의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여 중국의 압박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향후 대만의 WHA 참여를 둘러싼 갈등은 미·중 패권 경쟁의 양상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대만의 기술력과 방역 경험을 근거로 대만의 국제 기구 참여를 지지하고 있으나 중국의 거부권 행사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결국 대만은 공식적인 회원국 지위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비공식적인 실무 협력과 자체 포럼 개최를 통한 우회 외교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보건 위기가 상시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특정 지역을 보건 체계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국제적 리스크를 키우는 행위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만의 보건 역량이 세계적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공의 안전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안 관계의 경색이 지속되는 한 대만의 WHA 참가를 둘러싼 갈등은 매년 반복되는 국제 사회의 외교적 난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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