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가짜 하버드 외신 기자' 이준석 마크맨 행세했지만... 경찰 "사기죄 성립 안 돼" 무혐의

이겨례 기자
'가짜 하버드 외신 기자' 이준석 마크맨 행세했지만... 경찰
©연합뉴스

 

지난 대선 기간 외신 기자를 사칭하며 이준석 당시 후보를 밀착 취재했던 남성이 경찰 수사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입건된 김모 씨에 대해 기망 행위는 인정되나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허위 신분을 이용한 사회적 교란 행위에도 불구하고 재산상 이익 취득 여부에 따른 법리적 처벌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외신 기자라고 속이며 정치권에 접근한 김모 씨의 행각이 법적으로는 처벌받지 않게 되었다. 김 씨는 지난 21대 대선 당시 미국 유명 언론사 한국지사 소속 기자라고 주장하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전담 취재하는 이른바 '마크맨'으로 활동했다. 그는 위조된 명함을 앞세워 정당 관계자 및 현장 취재진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으며, 이 과정에서 치밀한 기망 행위를 지속했다.

경찰은 김 씨가 타인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했으나 이것이 형법상 사기죄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사건을 담당한 중랑경찰서는 지난 22일 김 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 행위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하는데, 김 씨의 행위에서는 이러한 인과관계가 부족했다는 법리적 해석이다.

김 씨의 대담한 행보는 현직 언론인들의 고용 지위와 경력 설계에까지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 그는 주변 기자들에게 자신이 근무한다는 외신으로의 이직을 권유하며 신뢰를 얻었고, 이 말을 믿은 일부 기자들은 실제로 재직 중이던 언론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 김 씨는 이들에게 미국 본사 보고용이라는 명목으로 신분증과 통장 사본까지 요구하며 범행의 수위를 높여갔다.

범행의 전말은 김 씨의 요구를 수상하게 여긴 취재진이 해당 외신 한국지사에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뒤늦게 폭로되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사건은 김 씨의 주거지 관할인 중랑경찰서로 이송되어 정밀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은 약 10개월간의 추적 수사를 통해 김 씨의 행적을 조사했으나 형사처벌을 위한 핵심 요건인 '편취액' 산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기망 행위는 일부 확인할 수 있지만 형법상 사기죄 성립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신분을 사칭하거나 타인을 속여 사회적 지위를 누린 것만으로는 경제 범죄인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와 궤를 같이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신분 위조를 통한 비재산적 피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국가적 중대사인 대통령 선거 현장에서 허위 신분으로 공인에게 접근한 행위에 대해 공적 차원의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가짜 기자가 후보자의 지근거리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민주주의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기망 행위가 처벌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은 향후 유사 사례를 방치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정당 및 언론기관의 출입 절차와 신원 확인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대선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는 명함이나 구두 진술에 의존하는 관행을 탈피하고 객관적인 증빙을 거치는 엄격한 검증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씨의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나, 신분 사칭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유무형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은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짜#하버드#외신#기자#이준석
'가짜 하버드 외신 기자' 이준석 마크맨 행세했지만... 경찰 "사기죄 성립 안 돼" 무혐의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