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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국채 매입 축소 일시 중단 가능성 부상

장선희 기자

일본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본은행(BOJ)이 내년 회계연도 국채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일본은행이 2024년부터 추진해온 양적긴축(QT)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추진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도 부담을 덜어주는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6월 회의서 향후 국채 매입 계획 공개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오는 6월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내년 3월까지 적용되는 기존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을 점검하고, 2027회계연도 신규 운용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매입 축소 계획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27회계연도에도 추가 축소를 이어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내부 논의 진행 중…‘일시 중단’ 무게 실려

일본은행 내부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테이퍼링을 잠시 중단하는 방안이 점차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서둘러 긴축 강도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한 일본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시장 참가자들 상당수도 현재 수준의 매입 규모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치권 부담도 고려 요인

일본은행의 정책 판단에는 정치적 변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관계자는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채금리 상승”이라며 “금리 상승은 재정정책 운용 여력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테이퍼링 중단’ 요구 확대

이달 초 일본은행이 실시한 시장 참가자 설문조사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매입 축소 정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보유한 막대한 일본국채(JGB)를 줄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이미 일본은행이 시장 불안정을 고려해 매입 축소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 국채금리 30년 만의 최고 수준 근접

최근 일본의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와 물가 상승 압력이 겹치면서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는 지난주 2.8%까지 상승했다.

이는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며, 일본 재무성이 2026회계연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가정한 3%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만약 금리가 3%를 넘어설 경우 국가채무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

▲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변수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정책은 향후 기준금리 결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0.75%인 단기금리를 1%로 인상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금까지 국채 매입 축소가 통화정책과 별개라고 설명해 왔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중단 조합이 최적”

노무라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금리전략가는 2027회계연도에 일본은행이 테이퍼링을 일시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처럼 채권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일본은행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채 매입 축소 중단과 금리 인상을 병행하는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전자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후자는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고민

대규모 자산매입으로 불어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과정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국채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적긴축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정책과 자산축소 정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BOJ
[AFP/연합뉴스 제공]

▲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부담 확대

특히 적극적인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는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은행의 정책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국채금리 상승은 정책 추진의 최대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 재정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일본은행, 긴축보다 시장 안정 선택 가능성

현재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규모는 약 500조 엔에 달한다.

다만 만기 도래 국채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면서 이미 2023년 말 대비 보유자산 규모가 약 20% 줄어든 상태다.

골드만삭스 재팬의 오타니 아키라 전 일본은행 임원은 “중동발 인플레이션 위험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이미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매입 축소를 추진하면 정치적 마찰과 시장 충격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당분간 공격적인 양적긴축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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