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저위험' 세척공정서 7명 사상 참변, 방산 안전 사각지대 드러나

이성경 기자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저위험' 세척공정서 7명 사상 참변, 방산 안전 사각지대 드러나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방산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측이 평소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했던 세척 공정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함에 따라, 정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내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한 이번 폭발 사고는 위험 인지 범위 밖에서 일어난 전형적인 안전 관리의 맹점을 보여준다. 해당 공정은 로켓 발사체에 사용되는 고체 추진제 화약을 제조한 뒤 오염된 공구들을 물과 세제로 씻어내는 과정으로, 평소 사측은 이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작업으로 분류해 왔다.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 5명과 중경상 2명으로 확인되었다.

화학 전문가들은 물을 사용하는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잔류 화약의 특수성이 폭발을 유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체 추진제에 포함된 미세 알루미늄 입자는 정전기에 매우 민감하며, 아주 작은 마찰이나 충격에도 거대한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닿으면 폭발성이 사라지는 화약의 일반적 성질에도 불구하고, 세척 과정에서 물이 미처 닿지 않은 사각지대의 화약 잔류물이 기폭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화약은 충격이나 마찰, 정전기와 같은 아주 미세한 원인에 의해서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물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화약은 대부분 물이 닿으면 위험성이 없어지지만, 공구에 묻은 화약을 씻어낼 때 물이 제대로 닿지 않은 부분에서 폭발이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는 작업 절차상의 미세한 결함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업장 내 환경 개선 요구가 묵살되었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국소배기장치의 설치 미흡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공실 근로자들은 올해 초부터 악취 문제와 배기시설 교체를 사측에 요구해 왔으나, 교체 작업은 사고 당시까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체 추진제가 유증기를 발생시키는 액체 추진제와는 달라, 배기장치 미비가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배기장치 교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작년부터 순차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측 관계자는 "세척공실에 대한 배기장치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전체 공정이 완료되지는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는 방위산업 현장의 설비 현대화 속도가 현장의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에는 다소 늦었음을 자인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제도적 측면에서의 허점도 이번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은 현행 소방법상 면적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소방 점검 보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적 규제의 테두리 밖에 놓인 소규모 특수 작업장이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기업의 자율적 관리 역량에만 의존해야 했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방위산업체의 폐쇄성이 안전 사고의 반복을 부추긴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가 보안과 직결된 방산 공정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정밀한 기술 개발과 제도적 안전망 강화를 통해 실질적인 무사고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방위산업 현장은 100% 무사고를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제도적으로 부족한 안전 점검 체계를 정교하게 재설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후진국형 중대재해'로 규정하며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K-방산의 주가가 상승하고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이면에서 근로자들의 생명권이 경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지난 8년 사이 세 번이나 반복된 폭발 참사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구조적 방임의 결과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향후 수사 방향은 사고 당시의 작업 수칙 준수 여부와 설비 결함 가능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 당국, 그리고 방위사업청 등 관계 기관은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발화 지점과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한화 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지시에 따라 그룹 차원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여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참사는 첨단 무기 체계를 생산하는 방위산업의 위상에 걸맞은 안전 표준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단순한 사후 약방문식 대책에서 벗어나,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 모든 공정에 대해 원점에서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방산 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법적 점검 대상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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