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4%에 그친 반려동물 연구' 국가 차원 격상... 민관학 질병 대응 협의체 공식 출범

윤근일 기자
'14%에 그친 반려동물 연구' 국가 차원 격상... 민관학 질병 대응 협의체 공식 출범
©연합뉴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산업동물에 편중됐던 기존 연구 체계를 개편하고 반려동물 질병 대응을 위한 민관학 협의체를 공식 발족했다. 지난해 수행된 전체 연구 과제 186개 중 반려동물 관련 비중은 14%인 26개에 불과했으나, 이번 협의체 구성을 통해 공공 주도의 연구 기반과 질병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급증과 반려동물 고령화에 따른 만성·비감염성 질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주도의 연구 기반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경북 김천 본부에서 열린 제1차 회의는 반려동물 분야별 협의체의 공식적인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번 협의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체, 학계 및 임상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향후 국가 차원의 반려동물 질병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 동물 질병 연구는 그동안 축산물 생산성과 직결되는 산업동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반려동물 분야는 상대적으로 정책적 소외 지대에 놓여 있었다. 실제 검역본부가 지난해 수행한 총 186개의 연구 과제 가운데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과제는 26개로 전체의 14%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연구 불균형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와 고도화되는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역본부는 연구 역량의 질적 전환을 위해 올해 1월 반려동물질환연구실을 신설하고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제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협의체는 1차 회의를 통해 반려동물 감염병 능동 감시체계 구축과 질병 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 도입을 우선순위 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단순한 사후 치료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제적 방역과 질병 관리를 지향하는 효율적 시장 질서 확립의 일환이다.

국가표준실험실 운영을 통한 진단 기술의 고도화와 줄기세포 치료기술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도 이번 협의체의 주요 논의 사항에 포함됐다. 특히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재생의료 시장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체계적인 기준 정립은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 방향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연구 자원 낭비를 방지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반려동물 질병 예찰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간 동물병원 및 대학과의 연계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검역본부는 민간 현장에서 발생하는 질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러한 민관 협력 모델은 공공 부문의 예산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국가 자산으로 전환하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임상 환경에 최적화된 표준 질병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바이오뱅킹 제도 마련은 향후 반려동물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뱅킹은 반려동물의 생체 시료와 유전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여 연구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유전정보의 데이터화는 난치성 질환의 원인 규명과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여 국내 반려동물 의료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반이 된다.

검역본부는 협의체에서 수렴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향후 연구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연구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반려동물질환연구실을 중심으로 감염병 연구와 질병 진단 데이터를 축적하고 연구 자원 확충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국가 기관이 주도하는 데이터 축적은 민간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연구 결과의 공신력을 담보하여 관련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정록 검역본부 본부장은 "민관학 협력을 통해 반려동물 질병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공 연구 기관의 역할을 산업동물 방역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반려동물 복지 및 보건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협의체 발족을 기점으로 반려동물 질병 연구에 대한 자원 배분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동물 질병 연구가 여전히 국가 방역의 핵심인 상황에서 반려동물 분야로의 자원 분산이 기존 방역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연구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유인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계적인 연구 비중 확대보다는 실제 산업 현장과 임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 도출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앞으로 검역본부는 협의체를 정례화하여 연구 성과를 점검하고 급변하는 반려동물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정책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축적된 질병 데이터와 유전정보는 민간에 개방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의료 기술 혁신의 밑거름으로 활용된다.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국가 표준 실험실 운영은 반려동물 진단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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