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경찰,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코인 세탁' 원천 차단… 시범 운영서 4215개 계정 정지

이겨례 기자
경찰,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코인 세탁' 원천 차단… 시범 운영서 4215개 계정 정지
©연합뉴스

 

경찰청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해 보이스피싱 등 피싱 범죄 수익의 가상자산 세탁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민관 공조 체계를 가동한다. 이번 조치는 수사 데이터를 거래소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과 직접 연동하는 방식으로, 시범 운영 기간에만 9억 5,000만 원 규모의 피해를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에 앞선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경찰청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손잡고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의 가상자산 세탁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이번 조치는 범죄자들이 수사망을 피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는 경로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마련된 선제적 대응이다. 5대 거래소의 고도화된 이상거래탐지시스템과 경찰의 수사 데이터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범죄 자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동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협약에 참여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5대 거래소다. 이들은 경찰청과 '피싱범죄 피해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범죄 피해금의 세탁을 막기 위한 전용 정보 공유 채널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가상자산이 범죄 수익 은닉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는 민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협력 체계의 작동 원리는 경찰청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피싱 범죄 관련 데이터를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거래소들은 이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즉각 반영하여 범죄 의심 거래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과거에는 범죄 발생 후 사후적으로 정보를 요청하는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실시간 데이터 연동을 통해 범죄 자산의 이동을 즉각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민관 협력의 실질적인 성과는 이미 지난 3월 중순부터 실시된 시범 운영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되었다. 경찰청은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총 4,215개의 범죄 의심 계정을 적시에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예방한 피해 금액은 약 9억 5,000만 원에 달하며, 이는 민관 공조가 피싱 범죄 억제에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법적 기반 마련을 위한 범정부적 노력도 이번 협약의 성공적인 안착을 뒷받침했다.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의결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범죄 예방을 위해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거래소들이 정보 보호의 한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범죄 대응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책임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업무협약은 해당 법안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법치주의와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는 조치다.

경찰청은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이상 거래를 조기에 탐지하여 피해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빗썸과 코인원 관계자에게 경찰청장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는 민간의 기술적 기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향후 더욱 긴밀한 협력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공 기관의 수사력이 결합된 이 모델은 치안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오창배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피싱범죄 예방을 위해 앞으로도 민간 기업과의 치안 협력 동반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력이 가상자산 거래의 익명성을 악용하려는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관이 공유하는 데이터의 질과 속도가 향후 범죄 예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다만 실시간 정보 공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오남용이나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 마련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특정 계정이 범죄와 연관되었다는 판단이 오류일 경우, 이용자의 재산권 행사가 부당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탐지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고 오탐지에 대한 신속한 소명 및 해제 절차를 제도화하는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향후 경찰청은 이번 협력 모델을 바탕으로 해외 거래소와의 공조 체계 확대 등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들 역시 기술 투자를 통해 범죄 탐지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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