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9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전방위적 감시 체계 구축에 착수한다. 금융위원회는 보험금 누수로 인한 국민 보험료 부담 급증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실시간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보험사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국가적 차원의 위기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강력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민영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1조 1571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나, 적발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한 전체 범죄 규모는 약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대규모 보험금 누수는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공적 자금인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까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조직적 범죄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보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보험 분야별 통계를 살펴보면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이 포함된 장기손해보험이 전체의 44.7%를 차지하며 가장 취약한 고리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자동차보험이 22.4%, 생명보험이 21.8%, 일반 손해보험이 11.2%를 기록하며 전 분야에 걸쳐 범죄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기관과 정비공장, 브로커 조직이 결탁하여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지능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의 단순 사고 조작을 넘어 보험 가입부터 청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정교하게 위조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생성형 AI를 범죄 도구로 활용해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챈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피의자 A씨는 2024년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퇴원 증명 서류를 AI 기술로 위조하여 약 1년 동안 11개 보험사에 반복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총 1억 5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어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술의 발전이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기존의 수동적인 조사 방식으로는 신종 사기 수법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AI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번 합동 TF는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 간의 고질적인 정보 칸막이를 제거하고 통합적인 대응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대폭 고도화하여 범죄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TF는 법·제도, 데이터, 인프라 등 3개 전문 분과로 나뉘어 체계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각 분과에서는 보험사기 정보의 집중과 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 실시간 정보 공유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위험지수를 개발하여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한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사전 예방과 실시간 탐지, 그리고 사후 조치에 이르는 전방위적 대응 체계를 통해 보험 산업의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보험료 인상 억제와 건보 재정 누수 방지를 통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감한 의료 및 금융 정보가 집중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나 과도한 감시 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탐지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교한 알고리즘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수렴하여 정보 공유의 투명성을 높이고 법적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여 제도적 안착을 도모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향후 3개월 동안 TF를 집중 운영하여 오는 9월까지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10월부터는 관련 법령 개정 작업과 함께 플랫폼 고도화 등 실무적인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기술을 악용한 범죄에는 더 강력한 기술로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 이번 대책이 보험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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