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초기업노조가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한 내부 반발로 조합원 1만 8천여 명이 대거 이탈하며 과반노조 지위를 잃었다. 지난 4월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대표성을 상실함에 따라 향후 노사 관계와 임금 협상 주도권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가 조합원 수 급감으로 인해 과반노조 지위를 상실하며 법적 대표성을 잃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4일 오후 기준 초기업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는 5만 8,270명으로 집계되어 전체 임직원 수 12만 8,881명의 절반인 6만 4,440명을 약 6,000명가량 밑돌았다. 이는 지난 임금교섭 과정에서 세를 불리며 확보했던 독점적 교섭권과 근로자 대표로서의 권한이 완전히 소멸했음을 의미한다.
조합원 이탈의 핵심 원인은 지난달 타결된 임금협상 합의안에 명시된 부문별 성과급 격차에 대한 극심한 내부 불만이다. 임금교섭이 한창이던 시기 7만 6,000명을 넘어섰던 조합원 수는 지난달 20일 협상 타결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일주일 만에 7만 명 선이 무너졌다. 특히 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약 1만 700여 명의 인원이 투표 종료와 동시에 조직적으로 탈퇴하며 이탈 속도가 가속화했다.
이번 사태로 초기업노조는 내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제2, 제3 노조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압도적인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과반노조 지위가 사라지면 노조위원장이 근로자위원을 직접 지명하여 노사협의회를 주도하던 법적 권한 역시 박탈된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이번 지위 상실이 단순한 숫자 감소를 넘어 삼성전자 내 노사 관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초기업노조를 떠난 조합원들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으로 빠르게 흡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달 20일 1만 6,000명 수준에서 현재 2만 968명으로 늘었으며, 동행노조 역시 협상 타결 직후 2,600명대에서 2만 1,015명으로 8배 가까이 급증했다. 거대 단일 노조 체제가 무너지고 세 노조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경쟁하는 다당제 형태의 노조 지형이 형성된 것이다.
갈등의 뇌관이 된 성과급 산정 방식은 부문별로 최대 100배에 달하는 지급액 차이를 발생시키며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영업이익 300조 원 가정 시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으나, 완제품 담당인 DX 부문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에 그친다.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최대 수령액이 1억 6,000만 원 수준에 머물며 이탈 행렬에 가세했다.
현장의 불만은 실적 기여도와 보상 체계의 불일치라는 시장 경제적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며 조직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 DS 부문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미래 성장을 위한 첨단 공정 투자로 발생한 적자를 이유로 보상에서 소외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과급 격차가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가 재원의 70%를 부문 전체에 공유하려던 당초 계획이 무산된 점도 조합원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탈퇴 사태가 노조 지도부의 협상 전략 부재를 질타하는 일시적 현상이며, 합의안 자체는 80.6%라는 높은 찬성률로 가결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대다수 조합원이 파업 등 극단적 투쟁보다는 현실적인 타협안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시장 질서와 경영 효율성을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의 직원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급격한 이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만 명 이상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기업노조 지도부는 조직 붕괴를 막기 위해 DS 부문과 DX 부문 집행부를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오는 17일에는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통해 내부 동력을 재점검하고 조직 재정비를 시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분절된 노조 지형 속에서 개별 노조들의 상이한 요구사항을 조율해야 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는 단일 대오의 힘 대결보다는 각 사업부별 수익성과 기여도에 따른 보상 체계의 정교화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과반노조의 부재는 노사 간의 직접 소통 창구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기업 경영의 유연성과 노조의 책임 경영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법치와 원칙에 기반한 노사 문화 정착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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