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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슬로바키아 TV 공장 24년 만에 폐쇄… 유럽 생산 거점 대개편

음영태 기자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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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02년부터 가동해온 슬로바키아 갈란타 TV 공장을 오는 5월부로 영구 폐쇄한다. 글로벌 TV 시장 침체와 중국 업체의 공세 속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가동 24년 만에 내린 결정으로, 현지 인력 700명에 대한 재취업 지원과 물류 센터 유지 계획이 포함되었다.

삼성전자 갈란타 TV 공장 5월 생산 중단 및 점진적 폐쇄

삼성전자가 유럽 시장의 핵심 TV 공급 거점이었던 슬로바키아 갈란타(Galanta) 공장의 가동을 오는 5월 중단한다. 19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제조 환경의 변화와 사업 효율화 전략에 따라 해당 공장의 폐쇄를 최종 확정했다. 갈란타 공장은 2002년 설립 이후 약 24년 동안 유럽 전역에 액정표시장치(LCD) TV 등을 공급해온 상징적 기지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법인은 이번 폐쇄가 여러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현재 근무 중인 약 700명의 생산 인력을 대상으로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갈란타 공장 인근 간(Gáň) 마을에 위치한 물류센터는 폐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해당 물류센터는 약 700명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유럽 지역의 제품 배송 및 공급망 관리 기능을 지속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에도 인근 보데라디(Voderady) 공장을 갈란타 공장으로 통합하며 한 차례 생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생산 라인 전체를 철수하는 강수를 두었다. 폐쇄되는 공장의 기존 물량은 베트남, 이집트, 헝가리 등 원가 경쟁력이 높거나 전략적 이점이 큰 다른 해외 기지로 분산 배치될 전망이다.

중국 TCL의 추격과 TV 사업 부문 6,000억 원 영업손실의 배경

이번 폐쇄 결정의 핵심 배경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수익성 악화다. 삼성전자 VD·생활가전(DA) 부문은 지난해 4분기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약 2,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TV 교체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효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감소한 2억 800만 대 수준에 머물렀으며, 향후 수년간 성장률 역시 1%대의 저성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가전 업체들의 거센 추격도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 세계 TV 시장 점유율 15%로 1위를 지켰으나, 지난해 12월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는 중국 TCL에 밀려 2위로 내려앉는 충격을 겪었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넘어 중급형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삼성전자의 보급형 라인업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유럽 현지의 에너지 비용이 폭등했고, 메모리 및 주요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연 매출 17억 유로(약 2조 8,900억 원) 규모의 거대 사업장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태다.

프리미엄 라인업 전면 재편 및 마이크로 LED 중심의 전략 변화

생산 기지 폐쇄와 함께 삼성전자는 TV 제품 포트폴리오의 대대적인 전환을 병행한다. 저가형 제품 비중을 줄이고 초프리미엄 제품군인 '마이크로 LED(Micro RGB)'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미니 LED' 라인업을 강화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갈란타 공장 폐쇄는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범용 제품 생산은 인건비와 물류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고 고부가가치 제품 연구 및 생산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유럽 시장 내 공급망 재편은 인근 헝가리 공장과의 시너지를 고려하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헝가리 야스페니사루 공장을 통해 유럽형 프리미엄 TV 공급을 지속하며 물류 거점인 간(Gáň) 센터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가전과 모바일을 연계한 '스마트싱스' 생태계 확장을 통해 하드웨어 단가 경쟁에서 벗어나 플랫폼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번 슬로바키아 생산 철수는 과거 20여 년간 이어진 물량 위주의 성장 시대가 저물고, 질적 성장과 효율성 중심의 'AI 스크린' 시대로 진입했음을 상징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 전망

동유럽 생산 기지 축소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전 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안보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글로벌 최대 생산 기지로 유지하는 동시에 인도의 거대 내수 시장과 이집트 등 중동·아프리카 공략을 위한 거점을 강화하며 대응 중이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인 마이크로 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이 향후 점유율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TV 시장 회복세에 진입할 것으로 보면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기술 리더십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의 폐쇄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결과이나, 이를 통해 절감된 비용이 연구개발(R&D)과 프리미엄 마케팅에 재투입될 경우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AI 기반의 화질 업스케일링과 보안 강화 기술이 프리미엄 수요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세계 1위 수성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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