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의 초대형 유조선 위안화후호와 관련 선박 4척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전격 통과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이동은 이란 발 전쟁 위기 속에서도 중국이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되며, 미군의 해상 봉쇄망 통과 여부가 향후 글로벌 석유 질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국적 선사 코스코(COSCO) 계열사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초대형 유조선 위안화후호가 이란 라라크섬 인근을 지나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항해는 미중 양국 정상이 마주 앉기 직전이라는 지극히 민감한 시점에 단행되어 단순한 물류 이동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중국이 분쟁 지역 내 자국 선박의 통행권을 확보함으로써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안화후호는 지난 3월 초 이라크 바스라 터미널에서 최대 적재량인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선박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세 번째 중국 측 초대형 유조선으로 기록됐다. 중국 저우산항으로 향하는 이 선박은 중국 소유라는 점과 중국인 승무원이 운항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미국 엔비씨(NBC) 뉴스는 선박 운항 정보 업체 마린트래픽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 연관 차량운반선 등 다른 선박 4척도 해협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들 선박은 지난 12일부터 이틀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동하며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조직적 이동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에너지 안보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후호가 호르무즈 해협의 1차 관문은 통과했으나 오만만과 아라비아해에 구축된 미군의 해상 봉쇄망을 무사히 벗어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근 며칠간 해당 해역에서는 미군 봉쇄망에 막힌 유조선들이 급격히 유턴하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등 불규칙한 기동이 관찰되기도 했다. 미 해군의 전술적 판단에 따라 중국 선단의 최종 목적지 도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 기간 중 이란산 원유 거래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중국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실제로 중국 석유화학 대기업인 헝리 페트로케미컬 정유공장을 비롯한 다수의 중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럼에도 중국은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는 동안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며 이란 경제의 실질적인 생명줄 역할을 지속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박 이동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이번 행보는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워싱턴 정가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이란전 종전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군의 봉쇄가 강화될 경우 중국 선단이 해상에서 고립되거나 나포될 위험이 존재한다는 우려 섞인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미중 간의 에너지 패권 다툼이 해상 물류 마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경우 글로벌 원유 가격의 폭등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시장은 정치적 결단이 경제적 실익보다 우선시되는 현재의 국면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원유 수급의 안정성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중국 저우산항으로 향하는 위안화후호의 항적은 향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와 해상 루트 안전 확보를 위한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미중 패권 전쟁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이 자국 선박의 안전 통행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국가 간의 정치적 합의가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비대해진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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