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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드론 영공 침범이 초래한 라트비아 정권 붕괴와 발트해 안보 지형의 균열

김영 기자
우크라이나 드론 영공 침범이 초래한 라트비아 정권 붕괴와 발트해 안보 지형의 균열
©연합뉴스

 

라트비아 연립정부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영공 침범 대응 실패에 따른 내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격 해산했다. 에비카 실리냐 총리는 국방장관 해임을 둘러싼 여당 간의 극심한 견해차를 이유로 사임을 발표하며 2023년 9월 출범한 중도우파 연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반격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 피해가 나토 동부 전선 국가의 정권 붕괴로 이어진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라트비아 연립정부의 핵심 축이었던 에비카 실리냐 총리는 국방장관 교체를 둘러싼 연정 내부의 정치적 시기심과 편협한 당파적 이해관계가 국가적 책임감을 압도했다며 사퇴를 공식화했다. 실리냐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정 파트너인 진보당과의 신뢰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인하며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이번 정권 붕괴는 지난 7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드론의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한 방공 대응 체계의 부실함이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 러시아 쪽에서 라트비아 영공으로 진입한 전투용 드론 2대는 남동부 레제크네 지역의 석유저장시설에 부딪히며 현지 안보에 심각한 경고등을 켰다. 조사 결과 해당 드론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내륙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발사했으나 러시아 측의 강력한 전자전 방해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여 라트비아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경보 발령 과정에서 나타난 행정적 혼선은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확산시켰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발트해 연안국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발트 3국이 정작 자국 영공으로 날아드는 아군 드론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안보 공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실리냐 총리는 안드리스 스프루츠 국방장관의 경질을 요구했으나 이는 연정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진보당 소속인 스프루츠 국방장관이 총리의 요구로 사임하자 진보당 측은 즉각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진보당 지도부는 이번 경질이 안보 실패에 대한 실질적 보완보다는 특정 정당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로써 2023년 9월 신통합당과 진보당, 녹색농민연합이 손을 잡고 출범시킨 중도우파 연합 체제는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해산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라트비아의 이번 정국 혼란은 러시아가 의도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성과로 비춰질 위험이 크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는 전자전을 통해 우크라이나 드론의 경로를 의도적으로 나토 회원국 쪽으로 유도함으로써 서방 결속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발트 3국이 우크라이나에 영공을 고의로 개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위권 발동을 언급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은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5일 원내 정당 대표들을 소집하여 새 정부 구성을 위한 긴급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링케비치 대통령은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시기에 발생한 내각 붕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신속한 정국 안정을 주문했다. 하지만 연정 구성 정당 간의 감정적 골이 깊어진 상태여서 단기간 내에 안정적인 내각이 재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발트 3국이 처한 안보 딜레마가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라트비아 외교안보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영공을 침범하더라도 근본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입장은 변함없으나 자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자국 안보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발트해 국가들의 고충을 대변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정 붕괴가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기사 내용의 약 5퍼센트를 차지하는 이 반론 측은 "전시 상황에 준하는 안보 위기 속에서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은 오히려 적대국인 러시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국방장관의 실책을 내부적으로 보완하고 방공 시스템을 강화하는 실무적 접근이 선행되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향후 라트비아 정국은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 방공망 확충과 우크라이나 지원 수위 조절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라트비아의 이번 사례가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인접국에도 영향을 미쳐 발트해 전반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전장을 넘어 나토 회원국의 내각까지 흔드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 사회의 이목이 라트비아의 후속 조치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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