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이 울산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경선 과정에서 소속 정당명을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민주당 내부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광역의원 후보들은 정당 정치의 본질을 훼손하고 후보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비상식적 절차라며 단일화 방식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깜깜이 경선'이 야권 연대의 정당성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일화 합의 직후 터져 나온 내부 불만은 울산 지역 야권 연대의 구조적 취약성과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여실히 드러낸다. 강정덕, 김형근, 문희성 등 더불어민주당 울산 광역의원 후보 3인은 1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단일화 방식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민주·진보 세력의 승리를 통한 울산의 변화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실무적인 경선 세부 조항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당 정치의 근간을 부정하는 경선 강행은 결국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여론조사 경선 시 후보자의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않고 오직 후보자 이름만으로 조사 대상자의 의견을 묻기로 합의한 대목에 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중구 2, 남구 3, 동구 3, 북구 3 등 총 4개 선거구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거쳐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문항에서 정당명을 배제하기로 한 결정은 유권자가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과 소속 정당의 가치를 판단할 근거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공당의 공천 절차를 거쳐 선발된 후보의 정체성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 및 기초단체장 경선 방식과의 형평성 문제도 심각한 내부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시장과 남구·울주군 기초단체장 경선의 경우 정당명과 후보 이름을 함께 제시하며 유권자의 의중을 묻는 정상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반면 광역의원 경선에 대해서만 정당명을 삭제한 별도의 잣대를 적용한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 처사다. 특정 후보군에 대해서만 정당 소속을 숨기는 방식은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자회견에 나선 후보들은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이번 결정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천장을 받은 후보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이들은 "정당명을 배제하고 후보 이름만으로 경선을 진행하기로 결정됐는데, 이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천장을 받은 후보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당은 정책과 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이며, 후보자는 그 정당의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당명 배제는 헌법적 정당 정치 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경선 시기에 대한 물리적 한계와 행정적 비효율성 역시 선거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현재 논의되는 일정에 따르면 단일화 경선은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 중에 치러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후보들이 현장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정책을 알려야 할 금쪽같은 시간에 내부 경선에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상황은 상식 밖의 요구다. 발로 뛰며 시민을 만나야 하는 후보들에게 선거운동 중에 경선을 강요하는 것은 선거 승리라는 목적 달성에도 실효성이 낮다.
법치와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선거는 유권자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당명을 숨긴 채 인지도와 이름값만으로 후보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방식은 정치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행위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어떤 정당의 정책 기조를 따르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이를 은폐하는 경선 설계는 민주주의의 대의를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 정당의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후보의 소속은 명확히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반면 단일화 추진 측에서는 야권 통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고육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 간 지지율 격차를 무시하고 후보 개인의 역량을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여론조사 설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개별 후보의 권익과 정당 정치의 원칙보다는 선거 공학적 승리에만 매몰된 시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단일화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희생시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유권자의 외면을 부를 위험이 크다.
향후 민주당 지도부와 진보당 측이 이러한 내부 반발을 여하히 조율할지가 이번 울산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선이 강행될 경우, 단일화 이후에도 지지층의 결집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내부 분열만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유권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야권 연대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당 정치의 원칙에 부합하는 투명한 경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단일화는 그저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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