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등 핵심 안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 고위급 인사를 미국에 급파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미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 통화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 동맹 간 이행 지연 문제를 집중 점검한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과 맞물려 한반도 안보 지형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며 산적한 안보 난제 해결을 위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박 차관은 이번 방미 기간 중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과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등 미 외교 안보 라인의 핵심 실무 책임자들을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의 핵심 합의 사항인 핵추진 잠수함 협력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민감한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린다.
이번 방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직후에 이루어져 그 외교적 무게감이 남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으며, 이어 이재명 대통령과도 17일 전화 통화를 가졌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의 결속력을 재확인하고 지연된 안보 합의의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미 양국 간에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기술 협력과 원자력 협정 개정 수준의 재처리 권한 확보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해 있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안의 이행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더디다는 지적이 국내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 차관은 이번 고위급 면담을 통해 이행 협의체의 활동 성과를 정밀 진단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워싱턴 입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방문의 목적이 양자 간 제반 이슈의 철저한 점검과 긴밀한 협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는 굉장히 역사적이었고 동맹을 상당히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이었다"며 "여러 이행 협의체를 만드는 노력을 거쳐 이제는 실질적인 이행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정상 간 합의 사항의 조속한 집행을 미국 측에 강력히 촉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보 이슈 외에도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 발생하는 마찰 지점 역시 이번 회담의 주요 논의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한국 선박 나무호 피격 사건 등은 양국 관계의 신뢰를 흔드는 잠재적 위험 요소다. 또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대북 정보 공유 제한 조치 등은 군사 정보 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낳고 있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한 비핵화 원칙의 유지 여부와 그에 따른 한미 공조 방안도 심도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백악관은 최근 미중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 목표 유지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며, 박 차관은 이를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중 간의 건설적 협의가 한반도 문제와 한미 양자 관계를 다루는 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측의 안보 요구 사항이 온전히 관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미중 관계의 재정립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실익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다른 경제적 요구와 연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자력 기술 이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치밀한 협상 전략을 주문한다.
박 차관의 이번 방미 결과는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의 한미 관계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잠수함과 재처리 권한 등 주권적 안보 역량 강화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확답을 얻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의 주요 진전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한편, 특파원 간담회 등을 통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며 외교적 실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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