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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우루과이 1700톤 긴급 구호... 전력망 붕괴 직전 쿠바에 중남미 공조 가속

김영 기자
멕시코·우루과이 1700톤 긴급 구호... 전력망 붕괴 직전 쿠바에 중남미 공조 가속
©연합뉴스

 

멕시코와 우루과이가 사상 최악의 전력난과 경제 고립에 직면한 쿠바를 돕기 위해 1,700t 규모의 긴급 구호물자를 아바나항에 전격 투입했다. 이번 지원은 쿠바 전체 전력 수요의 65%가 결손되는 국가적 기능 마비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미국의 봉쇄 강화에 맞선 중남미 좌파 블록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에서 출항한 지원선이 분유와 쌀, 콩 등 필수 식료품과 개인 위생용품을 싣고 쿠바 아바나항에 도착하며 고립된 쿠바 경제에 숨통을 틔웠다. 이번 구호는 단순한 인도적 차원을 넘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베네수엘라산 유류 공급 중단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쿠바 정부에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아바나항 현지에서 열린 기증식에는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 쿠바 부총리를 비롯한 내각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하여 이번 지원의 무게감을 뒷받침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지원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취임 이후 쿠바를 향한 8번째 물자 투입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멕시코의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분석했다. 멕시코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여 대규모 수집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이는 미국의 대쿠바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중남미 내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주쿠바 멕시코 대사는 이번 물자 전달이 정부와 민간이 합심한 결과물임을 강조하며 향후에도 쿠바와의 연대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쿠바 내부의 전력 인프라 붕괴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키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쿠바 전력청(UNE)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쿠바는 전체 필요 전력의 65%에 해당하는 2,080㎿의 전력 결손이 발생하여 주요 산업 시설과 가계의 에너지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발전소의 노후화와 부품 부족으로 인한 잦은 고장이 전력난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쿠바 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위기의 근저에는 핵심 에너지 공급원이었던 베네수엘라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대외 환경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에 의해 압송된 이후 쿠바에 무상 혹은 저가로 공급되던 유류가 완전히 차단되면서 쿠바의 에너지 안보 체계는 순식간에 와해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제3국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쿠바의 에너지 수입로는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다.

알베르토 로페스 쿠바 식품산업부 장관은 기증식 축사에서 "미국 정부의 대쿠바 봉쇄 강화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시기에 도착한 소중한 자산"이라며 멕시코와 우루과이에 사의를 표했다. 그는 이번 지원이 식량 주권을 위협받는 쿠바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하며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쿠바 관영 매체 쿠바데바테 역시 이번 지원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선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외부 지원이 쿠바 내부의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혁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워싱턴 정가와 일부 보수 싱크탱크는 쿠바 정부가 민주화와 시장 개방이라는 근본적 해법 대신 중남미 우방국의 원조에 의존하여 체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한 외교 전문가는 "인도적 지원은 존중되어야 하나, 이것이 쿠바 지도부의 실책을 가리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향후 쿠바 사태는 미국의 추가 제재 강도와 중남미 국가들의 공조 수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며, 특히 에너지 인프라 복구 여부가 정권 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우루과이의 이번 행보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에서 워싱턴의 영향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전력 결손 2,080㎿라는 수치가 상징하듯, 외부의 단기적 물자 지원만으로는 쿠바의 구조적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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