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최고 기관인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1호' 녹십자 사건에 대한 답변서 제출을 거부하며 '심판 기관 중립성 침해 우려'를 내세워, 재판소원 제도 초기부터 양 기관 간 미묘한 신경전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까지 제출 기한이었던 답변서를 최종적으로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원이 소송 당사자인 피청구인으로서 원고인 녹십자 주장에 반박할 경우,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심판 기관의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당사자의 편을 드는 오해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취소할 경우 대법원이 제출한 답변서가 추후 심리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소원 제도 초기 단계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답변서 제출을 보류하지만, 「향후 법원이 적극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추후 제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나머지 재판소원 5건에 대해서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녹십자 사건은 재판소원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녹십자는 과거 백신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패소가 확정되자,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8일 녹십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으며, 이튿날인 4월 29일 대법원장에게 회부 사실을 통지하고 답변서 제출을 요청했다. 특히 이 사건은 형사 소송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민사 소송에서는 패소가 확정돼 20억 원 과징금을 물게 된 상반된 결과가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답변서 제출 거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답변서 제출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며, 「직권 심리를 진행하므로 답변서가 제출되지 않더라도 심리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헌재가 법률 해석 및 판단에 있어 자체적인 권한과 절차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양 사법기관 간의 시각차를 명확히 보여준다.
대법원이 재판소원 제1호 사건에 답변서 제출을 거부하며 던진 '중립성 침해 우려'는 사법 신뢰와 직결되는 예민한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재판소원 제도 정착 과정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남겨둔 '추후 제출 가능성'이라는 여지 속에서, 다른 재판소원 5건 또한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돼 양 기관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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