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울 구청장 지형도 4년 만에 '17대 8' 역전... 민주당 9개 지역 탈환하며 압승

음영태 기자
서울 구청장 지형도 4년 만에 '17대 8' 역전... 민주당 9개 지역 탈환하며 압승
©연합뉴스

 

서울 25개 자치구청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곳을 차지하며 4년 전의 참패를 완벽히 설욕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일부를 포함한 8곳을 수성하는 데 그치며 수도권 행정 주도권을 상당 부분 내주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종로와 마포, 동작 등 핵심 승부처 9곳을 국민의힘으로부터 탈환하며 지형도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서울 자치구 행정 권력의 무게추가 4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으로 급격히 기울며 지방자치 지형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번 6·3 지방선거 결과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17명을 당선시키며 지난 2022년 선거 당시 8대 17이었던 열세를 정확히 뒤집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유권자들이 현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낸 동시에 지역 행정의 변화를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개표 초반부터 압도적인 기세를 보이며 서울 전역에서 고른 승리를 거두어 당의 저력을 입증했다. 선관위 최종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종로, 성동, 동대문, 중랑, 성북, 강북, 도봉, 노원, 은평, 서대문, 마포, 강서, 구로, 금천, 영등포, 동작, 관악 등 총 17개 구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개표 중반 한때 21곳까지 선두를 달리며 완승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후반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의 개표가 진행되면서 최종 17곳으로 수렴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승부처였던 이른바 '탈환 지역' 9곳에서의 승리가 전체 판세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내주었던 종로, 동대문, 도봉, 서대문, 마포, 강서, 구로, 영등포, 동작 등 9개 자치구를 다시 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의 정치적 상징성이 크거나 중도층 비중이 높은 곳으로 분류되어 이번 선거의 민심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국민의힘은 강남 3구와 용산 등 전통적인 지지 기반을 중심으로 8개 지역을 지켜내는 방어적 결과에 만족해야 했다. 여당은 강남, 서초, 송파를 비롯해 용산, 중구, 광진, 양천, 강동 등 한강과 인접한 이른바 '한강벨트' 일부 지역에서만 구청장 자리를 유지하며 체면을 치레했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확보했던 17개 자치구 중 절반 이상을 내주게 되면서 향후 서울시정 운영에서의 영향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기초단체장 선거의 필승 공식으로 통하던 '현역 프리미엄' 역시 정당 지지율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구청장 11명 중 생존자는 김길성 중구청장, 이기재 양천구청장, 김경호 광진구청장 등 6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5명은 민주당 도전자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반면 민주당은 진교훈 강서구청장과 박준희 관악구청장 등 출마한 현역 후보 6명 전원이 승리하며 탄탄한 지역 조직력을 과시했다.

제3지대의 도전은 거대 양당의 견고한 벽을 넘지 못한 채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 후보의 자리가 전무한 결과로 귀결되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당적을 옮겨 출마한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개혁신당 후보로 나서 19.39%의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동작구청장 자리는 류삼영 후보가 차지하며 민주당의 탈환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이는 소수 정당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가 되었다.

여권의 참패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비판 여론과 당내 쇄신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과정에서 '절윤(윤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를 두고 지도부와 후보들 간의 극심한 내부 갈등을 노출하며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보수 진영의 한 전문가는 "정권 심판론이 지역 행정 전문가론을 압도하면서 여당 후보들이 개인 역량을 발휘할 공간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권 초기의 '허니문 효과'를 극대화하며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민주당 후보들은 중앙정부와 손발을 맞춰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는 실용주의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워 유권자들의 행정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러한 전략은 정권 초기의 안정적인 국정 지원을 바라는 심리와 맞물려 서울 전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결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청장 교체에 따른 행정 연속성 단절과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약 5퍼센트의 비중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자치구정의 안정성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한 심판이 우선시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행정 전문가들은 급격한 수장 교체가 진행 중인 지역 사업의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인수인계와 시정 협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서울시정과 자치구정 간의 관계는 여야의 협치 능력을 시험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국민의힘 소속 시장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구청장들 사이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선인들은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여 정쟁보다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행정 서비스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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