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울산 6·3 지선 '교차투표'가 가른 승패... 민주당 시장 탈환 속 국민의힘 기초단체장·의회 장악

음영태 기자
울산 6·3 지선 '교차투표'가 가른 승패... 민주당 시장 탈환 속 국민의힘 기초단체장·의회 장악
©연합뉴스

 

울산광역시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년 만에 광역단체장 자리를 탈환했으나, 국민의힘이 기초단체장 4곳과 시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여전한 보수 저력을 과시했다. 유권자들은 시장직은 야당에 맡기되 지역 실무와 입법권은 여당에 부여하는 정교한 교차투표 양상을 보였다. 이번 선거 결과는 특정 정당의 일방적 승리 대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선택한 울산 민심의 변화를 상징한다.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울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2022년 8회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에 내줬던 행정 수반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김 당선인은 민주·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와 당내 경선을 거치며 형성된 파죽지세의 기세를 본선까지 이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과거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울산의 정치 지형이 거대 양당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시사한다.

울산은 2018년 송철호 시장 배출 이후 보수와 진보 진영이 번갈아 집권하며 예측 불가능한 투표 성향을 보여왔다. 이번 선거 역시 64.2%라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을 반영했다. 보수 색채가 짙은 지역이라는 기존의 인식은 이번 광역단체장 탈환으로 인해 사실상 희미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 선거의 승리와 달리 남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태규 후보가 당선되며 보수의 성벽을 지켜냈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의 영입인재 1호인 전태진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며 공세를 펼쳤으나 지역 내 강한 보수 성향을 극복하지 못했다. 김태규 당선인의 승리는 국정 안정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결집이 여전히 견고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개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중구, 남구, 동구, 울주군 등 4곳을 석권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4개 선거구 중 북구청장 1석만을 간신히 확보하며 기초 행정 영역에서의 확장성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민주당과 진보당의 후보 단일화 전략이 4개 지역에서 패배로 돌아가며 야권 연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울산광역시의회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의 조직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하는 지표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총 22석 중 15석을 확보하며 과반 의석을 넉넉하게 점유해 시정 감시와 입법 주도권을 쥐게 됐다. 민주당은 6석으로 의석을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으며, 진보당은 1석을 얻어 영패를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각 정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민심의 엄중함을 강조하며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기자회견에서 "시장 승리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으나 북구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선거 등에서 남겨진 과제가 많다"고 자평했다. 시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이 뒤따랐다.

국민의힘 울산시당 역시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원과 4개 기초단체장을 배출하고 시의회 과반을 확보했으나 시장 선거에서는 선택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질책과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민심을 깊이 새겨 더 낮은 자세로 시민 곁에 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승리와 패배가 공존하는 결과에 대해 복합적인 해석을 내놓는 모습이다.

제3지대 정당인 진보당과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단일화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 3명 중 단 1명만이 당선되는 데 그쳐 조직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개혁신당 또한 남구청장 선거와 보궐선거에서 각각 4.96%와 2.51%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지역 기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교차투표'는 울산 유권자들이 정당의 이름값보다 인물과 직무의 성격을 분리해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시장직에는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을 배치하고, 기초단체와 의회에는 안정적인 관리 능력을 갖춘 여당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투표 행태는 향후 지방자치 운영에 있어 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울산 시정은 민주당 소속 시장과 국민의힘이 장악한 시의회 간의 협치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과 의회의 소속 정당이 갈리면서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치열한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이 선택한 '분점 정부' 형태의 권력 구조가 효율적인 시정 운영으로 이어질지 중앙 정치권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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