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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7동 투표소 투표함 반출 24시간째 봉쇄... 선관위 행정 효율화가 초래한 법치 마비 사태

김영 기자
잠실7동 투표소 투표함 반출 24시간째 봉쇄... 선관위 행정 효율화가 초래한 법치 마비 사태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 1,400여 명이 투표함 반출을 24시간 넘게 저지하며 대치 중이다. 이번 사태는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선거인 수의 50%로 대폭 축소한 지침이 현장의 수요 예측 실패와 맞물리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표소 내부에 22시간 동안 고립되었던 선거 사무원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현장의 물리적 충돌 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은 투표함 반출을 막으려는 시위대가 대열을 유지하며 점거함에 따라 사실상 행정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4일 오후 11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 등 약 1,400명이 우성아파트 경로당 투표소를 둘러싸고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투표용지가 고갈되어 투표가 일시 중단되고 시간이 연장된 초유의 상황을 부정선거의 명백한 징후로 규정하며 투표함 2개의 개표장 이송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초기 수십 명 규모에 불과했던 시위대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결집 호소에 힘입어 하루 만에 수십 배로 규모가 급증했다. 현장에서는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 씨가 과격 시위로의 변질을 경계하며 침묵시위를 독려하고 있으나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시위대는 간이 의자를 배치하고 음식물을 나누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며, 투표함 속에 담긴 약 2,000명분의 투표지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투표소 내부에 고립되었던 선거 사무원들의 인권과 건강권 침해 문제도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선거 사무원 A씨는 시위대의 봉쇄가 시작된 지 약 22시간 만인 4일 오후 8시 53분경 기력 저하 증세를 보이며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이송자가 몰래 투표지를 유출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가방 수색을 요구하는 등 구급차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도입한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 지침에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선관위는 과거 60~70% 수준이었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이번 선거에서 전체 선거인 수의 50% 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송파구 선관위의 투표소별 수요 예측 실패와 맞물리며 투표 당일 용지가 조기에 소진되는 행정 참사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그동안 잔여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실무적 부담이자 자원 낭비로 인식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이 수행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투표용지의 보관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쇄 축소 방안이 비중 있게 거론되었다. 결국 행정 편의주의와 비용 절감 논리가 선거 관리의 기본인 안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며 대규모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이 단순한 행정적 착오일 뿐이며 이를 근거로 투표함 반출을 막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헌법기관의 정당한 선거 사무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위협하고 법치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투표함 개표가 지연될수록 선거 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음모론이 확산되어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행정 전문가들은 효율성보다 무결성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행정학 전문가는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50%로 낮춘 것은 투표율의 가변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며 선거 신뢰도라는 무형의 자산을 비용과 맞바꾼 실책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예산 절감이라는 명목하에 선거 관리의 핵심 요소를 희생시킨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경찰은 투표소 인근 소음 민원과 불법 점거 상황에 대비해 112 신고 33건을 접수하고 현장 정리 차 출동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선관위의 인쇄 지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더불어 투표용지 배분 시스템의 과학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잠실7동 대치 상황은 한국 선거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효율성이 아닌 공정성과 철저한 대비에 있음을 시사하는 뼈아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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