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 72시간 근무 시범사업이 그들의 삶의 질은 높였으나, 그 이면엔 지도전문의의 ‘번아웃’과 환자 안전 위협, 그리고 수련의 질 저하라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5년 하반기 시작된 전공의 주 72시간 근무 시범사업에 대한 중간 평가 보고서가 2026년 6월 5일 발간됐다. 대한의학회가 연세의대 박용범 연구책임자에게 의뢰해 수행된 이번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로 주목된다. 핵심은 전공의 삶의 질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76점으로 긍정적인 개선을 보인 반면, 지도전문의의 만족도는 2.28점으로 매우 부정적이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도전문의들은 피로도 및 번아웃 완화 정도에 대해 1.87점이라는 극히 낮은 만족도를 표했다. 이는 전공의의 근무 시간 단축이 지도전문의의 업무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지도전문의들은 진료 연속성 저하에 3.72점, 수련 교육의 질 저하에 무려 4.38점이라는 높은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주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그리고 연속 24시간 근무 제한 등으로 전공의 근무 환경은 개선됐지만, 그 그림자 아래 지도전문의들의 희생이 감춰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짜 휴게시간’ 기록 등 편법 사용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약 67%는 이러한 편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근무 시간 단축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현장의 구조적인 한계와 맞물려 편법적인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병원의 신규 의사 채용 난항과 재정적 부담은 이 같은 편법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조사는 전체 전공의 209명과 지도전문의 1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박용범 연구책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수련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아니라 병원에 남은 지도전문의들의 추가적인 근무와 업무 부담 전이로 버텨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럽 주요국이 5~8년에 달하는 긴 수련 기간을 통해 충분한 수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되며, 한국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공의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긍정적 취지를 살리면서도, 지도전문의의 과도한 부담 경감, 환자 안전 확보, 그리고 미래 의료의 근간이 될 수련의 질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단순한 근무 시간 단축을 넘어, 한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통합적 접근이 시급하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