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AI 돈다발 역습에 덜미 잡힌 피싱범, '생계형' 집행유예 반전

고진아 기자

AI 돈다발 사진으로 피싱 범죄자를 역유인해 체포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던 현장. 그 사기 전달책으로 붙잡힌 20대 외국인 남성에게 법원이 오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AI 시대의 범죄와 사법 정의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2026년 06월 05일,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카자흐스탄 국적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피해자 B씨에게 투자 수익금 출금 수수료 명목으로 약 1천990만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았다.

A씨의 범행은 피해자 B씨의 기지에 의해 미수에 그쳤다. B씨는 AI 기술로 만든 정교한 돈다발 사진을 A씨에게 보내 약속 장소로 유인하는 '역습' 전략을 펼쳤다. A씨는 돈다발을 받기 위해 현장에 나타났다가 곧바로 체포됐고, 이는 AI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동시에 범죄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극적인 순간으로 기록됐다.

AI 돈다발 역습에 덜미 잡힌 피싱범, '생계형' 집행유예 반전
[사진=연합뉴스]

이날 재판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며 엄벌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량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조직적 사기 범행에 가담했으나 생계형 범죄로 보이고 실행 행위에만 가담했는데 미수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A씨가 구속된 채로 2개월가량 구금된 점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AI 기술 발전이 범죄 유형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사법부의 판단 기준과 수사 기법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피싱 범죄 전달책의 '생계형 범죄' 여부와 '미수'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AI 기반 신종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과 수사 기법의 진화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AI의 이중성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진화하는 범죄 양상에 맞선 새로운 법적, 기술적 대응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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