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태평양 심해에서 희토류(rare earth) 채굴에 본격 착수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일본이 자국 공급망 자립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2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 지원 탐사팀은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약 1,900km 떨어진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역, 수심 6,000m 해저에서 희토류가 풍부한 진흙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후지산 높이보다 깊은 해역이다.
▲ 중국의 60% 채굴·90% 정제 지배…‘공급 무기화’ 현실화
일본이 심해 채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적 지배력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0%, 정제 및 자석 제조의 9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희토류는 미사일, 레이더, 드론, 전기차 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핵심 소재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무역 갈등 국면에서 희토류를 ‘경제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일본 역시 과거 중국과의 영토 분쟁 이후 사실상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은 호주 리나스(Lynas)에 대한 투자 확대, 전략 비축 강화 등 공급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다.
▲ 미나미토리시마, ‘국내산 희토류’ 산업화 첫걸음
일본은 2011년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대규모 희토류 자원을 발견했지만, 상업적 채굴은 기술·경제성 문제로 지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심해 채굴 시험을 “국내산 희토류 산업화의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3월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일본·EU 등과 핵심 광물 공동 무역지대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 ‘중·일 긴장’이 촉발한 자원 안보 경쟁
최근 중·일 갈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군사 대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일본 군수용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희토류 소비국인 일본 내에서는 희토류 공급이 다시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현재 연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에서는 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대규모 상업 채굴이 단기간에 가동되기는 어려워, 단기 수급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심해 채굴의 경제성 논란…“가격이 아니라 생존 문제”
일본 정부는 내년 초 하루 350톤의 해저 진흙을 채취하는 대규모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채굴, 탈수, 본토 운송 및 정제 과정의 경제성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나미토리시마 해저는 디스프로슘, 이트륨, 테르븀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중희토류’ 함량이 높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또 육상 화산 기원 광상과 달리 방사성 물질 함량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2028년 3월 이후 미나미토리시마 희토류가 공급원 중 하나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희토류 전문 분석가 토머스 크루머는 “이는 일본이 단기간 내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안 자원”이라며 “이제는 가격이 아니라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심 6,000m, 초고압 환경에서의 채굴은 기술적 난도가 높고 비용이 막대하다.
이미 탐사에만 약 400억엔(약 2억5,500만 달러)이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도전과 비용이 방사성 위험 감소나 중희토류 함량의 장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외교적 메시지로는 강력하지만, 실제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전기차 배터리·방산용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심해 채굴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가 크다.
일본 정부와 학계는 “농도가 높아 육상 채굴과 경쟁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환경단체 반발과 경제성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심해 채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원 개발이 아니라, 중국 중심 희토류 질서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자 자원 안보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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