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해협을 우회하는 새로운 에너지 물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중동 석유 강국들의 탈(脫)호르무즈 전략과 그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과 탈피 전략의 가속화
수십 년간 페르시아만의 에너지 지도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일 통로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이란 전쟁을 계기로 산유국들은 해협을 우회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철도, 에너지 저장 허브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런던 소재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오래된 위협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며, 이번 사태가 해협을 우회하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석유 강국들의 구체적인 우회 경로 확보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에 활용도가 낮았던 동서 파이프라인을 일일 700만 배럴 규모로 풀가동하고 있으며, 홍해 연안 얀부 항의 수출 처리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푸자이라 항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증설하여 수출 용량을 2027년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UAE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이후, 카르텔의 쿼터 제한 없이 독자적으로 석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우회 경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에너지 안보의 재정의와 한계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은 "에너지 안보는 이제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경로, 접근성, 저장 및 예비 시설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회 인프라는 해협 봉쇄라는 이란의 무기화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다.
다만, 내륙 파이프라인 역시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과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선박 운송만 가능한 자원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파이프라인 건설에 막대한 비용과 외교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 장기적인 투자 결정과 지정학적 변화
과거에는 호르무즈 우회 파이프라인 투자가 지나치게 비싸고 불필요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신치아 비앙코 연구원은 "이번 위기를 통해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충분한 가치가 있음이 증명되었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산유국들의 탈호르무즈 기조는 정치적 의지와 맞물려 더욱 공고해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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