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가 미국 석유 및 가스 수출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 압박은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는 치솟는 휘발유 가격이라는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 중동 병목 현상에 미국산 에너지 수요 급증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주요 수로의 통제권을 빼앗기 위해 매일 약 200만 배럴에 달하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차단할 계획이다.
전 세계 일일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이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 공급처를 찾아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4월과 5월 중 미국 걸프 연안 항구에 도착할 예정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70척에 달한다. 지난해 월평균 27척이 미국산 원유를 선적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싣기 위해 빈 유조선들이 줄을 짓고 있다"며 이를 반겼다.
▲ 역대 최고치 경신 중인 미국산 원유 수출량
이번 달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일일 50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평균 수출량이 일일 400만 배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미국은 원유 외에도 매일 약 300만 배럴의 휘발유, 항공유, 디젤을 해외로 실어 나르고 있다.
비록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지만, 여전히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된 국내 정유 시설을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 등지에서 일일 62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 증대는 국내 수급 균형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 인프라 한계와 수출 용량 확대를 위한 사투
미국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공급 능력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일일 약 1,3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4개의 주요 수출 시설은 약간의 여유가 있을 뿐, 물리적 항만 용량은 이미 수년째 최대치에 근접해 있다.
이에 따라 엔브리지(Enbridge)는 텍사스 남부 터미널 확장 공사를 통해 저장 용량을 250만 배럴 늘리고 있으며, 코퍼스 크리스티 항구도 대형 선박 통행을 위해 수로 준설 및 확장 공사를 마쳤다.
엑손모빌과 카타르에너지가 공동 소유한 골든 패스 LNG 플랜트도 가동을 시작하며 공급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 휘발유 가격 급등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산 에너지 수출이 늘고 재고가 바닥나면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3달러로, 전쟁 시작 전보다 1.15달러나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발표 직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6% 상승하며 배럴당 99.08달러까지 치솟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수출 급증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셰일 업체들은 유가 상승세의 지속성에 의문을 품고 신규 시추기 증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원유 재고 감소와 추가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 "수출업자에게는 승리, 소비자에게는 고통"
에너지 업계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일어날 임계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를 유발해 결국 수요 자체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전주 대비 1.4% 감소하며 이미 부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휴스턴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회장은 "선적 수수료를 챙기는 수출업자와 매매 차익을 남기는 트레이더들에게는 이번 상황이 승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가격 급등에 직면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결코 승리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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