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양국이 전쟁도 평화도 아닌 모호한 대치 상태에 빠져들었다.
테헤란과 워싱턴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대치 상황 속에서 상대방보다 더 오래 버티기를 기대하며 '전략적 임보(Limbo)'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전략적 교착 상태의 위험성…"단기전보다 더 위험할 수도"
2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더 오래 견딜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의 동력이 상실될 경우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 위협에 갇히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란의 유력 보수 매체인 '코라산'은 현재의 상황을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 '전략적 임보'라고 묘사했다.
이 매체는 양측이 전면전의 비용을 치르는 데서는 한 발 물러섰으나, 여전히 무력과 압박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교착 국면이 단기적인 전쟁 자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협상 동력 상실한 파키스탄 중재…양측 모두 "우리가 유리"
파키스탄이 중재한 휴전 협상 재개 노력은 이달 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이 휴전으로 끝난 이후 동력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모두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전에서 미국이 이란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결과 양측 모두 협상 진전을 위한 양보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가들의 시간만 낭비할 것이라며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파키스탄 파견을 취소했다.
이에 맞서 이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가 휴전 합의 이후 부과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이란의 외교적 총력전과 내부적 딜레마…"책임 회피 위한 보수적 행보"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파키스탄을 거쳐 오만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란은 차후 협상의 개최지인 파키스탄 외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공유하는 오만과의 공조를 해결책 마련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란 내부의 정치적 역학 관계는 결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산 카리미 전 이란 정부 부대표는 지도부에 대미 협상의 전체 틀과 지역 평화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으나, 계획이 실패할 경우 짊어져야 할 미래의 비난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보수적 행태'가 가장 안전한 정치적 선택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폭등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붕괴 위기…"3~6개월이 한계"
이란 경제는 이미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전쟁의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과 의약품 생산이 부족해지면서 해고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돈야에 에그테사드'는 협상이 타결되는 최선의 경우에도 연간 인플레이션이 4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현재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은 수개월 내 70%에 육박할 것이며, 다시 전쟁이 발발한다면 120%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란의 권위주의 정권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트럼프의 계산…"수주 내 충격 가시화"
런던의 리서치 기관 '부르스 앤 바자'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망헬리지는 비료와 같은 원자재 수출과 석유 생산 중단이 수주 내에 글로벌 경제에 더 깊은 충격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글로벌 경제 쇼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협상을 서두르게 만드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이 경제적으로 현재의 교착 국면을 버텨낸다 하더라도 전략적 취약성은 해결되지 않는다.
'협상도 전쟁도 없는' 현 상태는 이란을 외부 공격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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