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 ‘프로젝트 프리덤’ 좌초

장선희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를 다시 열기 위해 추진했던 비밀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이 단기간에 중단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작전은 단순한 해상 호송 임무를 넘어 미국이 이란의 영향력에 정면 대응하려 했던 전략적 시도였지만, 예상보다 강한 이란의 반격과 중동 동맹국들의 소극적 태도 속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두 달 묶였던 선박 탈출…긴박했던 호르무즈 작전

사건의 시작은 페르시아만에 두 달 넘게 발이 묶여 있던 미국 국적 차량운반선 ‘얼라이언스 페어팩스(Alliance Fairfax)’의 이동이었다.

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5일 해당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호송 작전에 돌입했다.

미 해군은 무선 교신을 통해 “안전하게 이동하라”고 안내하며 선박을 오만 북부 해역 방향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상황은 곧 급격히 악화됐다. 이란은 상업용 선박과 미 해군 함정, 그리고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UAE 내 석유 운송 허브에서는 화재가 발생했고, 미군 헬기는 이란 고속정들을 격침시키는 등 양측 간 군사 충돌이 이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휴전을 선언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평가됐다.

▲ 36시간 만에 중단된 ‘프로젝트 프리덤’

그러나 작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개시 약 36시간 만인 6일 ‘프로젝트 프리덤’의 일시 중단을 지시했다.

현재까지 미군 호위를 받아 실제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은 단 두 척에 불과하다.

작전이 멈추자 이미 극도로 감소했던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은 다시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례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제한된 성공을 거두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전략적 우위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일부 선박의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란의 추가 도발과 해협 통제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 사우디·쿠웨이트 흔들…미국 중동 동맹 균열 노출

이번 작전 과정에서 미국의 중동 동맹 체계에도 균열 조짐이 드러났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군사 충돌 확대 가능성을 우려해 미군의 기지 및 영공 사용 허가를 일시 철회했다. 해당 기지와 공역은 프로젝트 수행에 핵심적인 요소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간 통화가 이뤄진 뒤 사용 허가가 복원됐지만, 미국이 중동 내에서 과거와 같은 절대적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미군 항공기 운용 제한은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동맹국들의 불안감이 작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란 견제 노린 미국…‘새 항로’ 구축 시도

프로젝트 프리덤의 기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작전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이 오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호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미군은 비공개로 새로운 안전 항로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무인 해상 드론을 투입해 기뢰 탐지 작업을 진행했고, 오만 해안선을 따라 남쪽 해역에 새로운 안전 항로를 조성하려 했다.

이는 기존 항로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이란이 사실상 통행료처럼 행사하던 해협 통제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값싸게 해결하려 했다”…미국 전략 한계 노출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접근 방식 자체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작전은 유도미사일 구축함과 1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동원했지만, 실제 보호 가능한 항로는 폭 약 500피트 수준에 불과했다.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였으며, 동시에 한 척씩만 이동 가능했다.

미국은 구축함을 통해 미사일 방어망을 제공하고, 아파치 및 시호크 헬기를 이용해 이란의 소형 고속정 공격에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전직 미 국방부 관계자 브라이언 클라크는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해협 통제 효과를 얻으려 했지만, 곧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 중국·한국 선박까지 피격…국제 물류망 불안 확산

이란의 반격은 프로젝트 프리덤 참가 선박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중국 유조선 ‘JV 이노베이션’은 미사일 공격을 받아 갑판에 화재가 발생했고, 한국 선사 소유의 ‘HMM 나무(HMM Namu)’ 역시 폭발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프랑스 해운기업 CMA CGM 소속 컨테이너선 ‘산안토니오(San Antonio)’도 공격을 받아 선원 부상과 선박 손상이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꼽힌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국제 물류 체계 전반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협상과 무력 사이…트럼프의 복합 전략 시험대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 배경으로 이란과의 협상 진전 가능성과 파키스탄의 중재 요청을 언급했다.

이는 군사 압박과 외교 협상을 동시에 활용하는 ‘복합 전략’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한적 군사작전이 오히려 이란의 강경 대응을 유발하면서 중동 전체를 다시 전면 충돌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프로젝트 프리덤은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질서를 일방적으로 재편하기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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