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약 10곳에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AI 반도체 H200 구매를 승인했지만 실제 공급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식 허가가 내려진 거래조차 정치·안보 변수에 가로막히는 모습이다.
▲ 미국, 중국 기업 H200 구매 승인…그러나 공급 ‘제로’
1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과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JD닷컴 등 중국 주요 IT 기업 약 10곳에 엔비디아 H200 AI 칩 구매를 승인했다.
레노버와 폭스콘 등 일부 유통업체도 판매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수출 규정상 승인 기업들은 엔비디아 또는 공식 유통사를 통해 최대 7만5천 개의 H200 칩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 배송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미·중 양국의 정치적 계산과 안보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승인된 거래조차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 젠슨 황, 트럼프 방중 동행…중국 돌파구 모색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이번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중국 방문에 합류했다.
당초 백악관 대표단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일정에 동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를 경유해 중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직접 황 CEO를 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방중이 교착 상태에 빠진 H200 중국 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황 CEO 역시 중국 국영 CC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양국 관계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중국 AI 시장 놓고 엔비디아 ‘절박’
엔비디아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단순 수출 시장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미국 수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엔비디아는 중국 첨단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약 95%를 차지했다.
중국은 과거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13%를 담당했으며, 황 CEO는 올해 중국 AI 시장 규모만 약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내 입지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황 CEO는 최근 “중국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점유율이 사실상 0에 가까워졌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 중국 정부, 자국 반도체 육성 위해 제동
흥미로운 점은 이번 거래 지연의 배경에 중국 정부의 신중론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들에 H200 구매에 신중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산 AI 칩 의존도가 커질 경우 중국 반도체 자립 전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중국 AI 반도체 성능은 엔비디아에 뒤처져 있지만 화웨이와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AI 칩 활용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최근 AI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며 엔비디아의 최대 잠재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단기 성능 경쟁보다 장기 기술 독립을 우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중 모두 까다로운 조건 부과
거래 성사가 지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미·중 양국이 동시에 복잡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1월부터 중국 구매 기업들이 군사용으로 칩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충분한 보안 절차를 갖췄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미국 내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인증해야 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칩 판매 수익의 25%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까지 협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위해 H200 칩은 반드시 미국 영토를 경유해 중국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칩에 보안 취약점이나 감시 기능을 삽입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공급망 안보 강화하는 중국
중국은 최근 공급망 보안 규제를 강화하며 핵심 기술 인프라 내 외국 의존도 축소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무원이 발표한 신규 공급망 보안 규정 이후 중국 정부는 국가 차원의 기술 자립 점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반도체뿐 아니라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전반에서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H200 공급 지연은 단순 상업 거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미국 내부서도 “엔비디아 우선” 비판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번 거래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중 강경파 인사들은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 확대가 결과적으로 중국 AI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미 외교협회(CFR)의 크리스 맥과이어 선임연구원은 “엔비디아 칩이 중국에 더 많이 판매될수록 미국 기업들이 사용할 칩은 줄어들고 미국의 AI 우위도 축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엔비디아의 이익을 미국 국익보다 우선시하도록 설득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젠슨 황 CEO는 이번 베이징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교역 환경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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