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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TC 반독점 조사 착수로 사면초가 몰린 Arm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균열

이겨례 기자
美 FTC 반독점 조사 착수로 사면초가 몰린 Arm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균열
©연합뉴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영국 반도체 설계 자산 기업 Arm을 상대로 중앙처리장치 라이선스 독점 혐의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Arm이 핵심 기술 제공을 거부하거나 품질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반도체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한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확산된 글로벌 규제 공조의 결과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해 초 Arm에 조사 개시를 통보하고 관련 문서 보존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수사 궤도에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FTC는 Arm이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라이선스 제공 과정에서 불법적인 시장 독점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설계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Arm이 자사의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를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된 조치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대주주인 Arm은 전 세계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칩 설계도와 명령어 집합(ISA) 라이선스를 판매하며 사실상 표준을 장악해 왔다. 퀄컴과 애플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Arm의 기술적 토대 위에서 자사 제품을 설계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Arm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며 설계 자산 공급자를 넘어 직접적인 시장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Arm은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인 'AGI CPU'를 출시하며 칩 직접 판매 사업에 진출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향후 5년 내에 이 분야에서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 8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재무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인프라 지출 급증에 편승해 CPU 공급망 전체를 수직 계열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전략의 변화는 기존 고객사였던 퀄컴과의 전면전으로 번지며 법적 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퀄컴은 Arm의 자체 칩 시장 진출이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불합리하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퀄컴은 Arm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로벌 규제 당국에 구원을 요청했다.

실제로 퀄컴은 2024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Arm의 라이선스 접근 제한 행위를 제소하며 국제적인 공론화를 이끌어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해 11월 퀄컴의 신고를 바탕으로 Arm 서울사무소에 대한 강도 높은 현장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미국 FTC의 조사는 이러한 글로벌 규제 흐름의 연장선에 있으며, Arm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양사의 충돌은 스마트폰 수요 둔화 속에서 인공지능 인프라라는 차세대 연산 자원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생존 경쟁에서 비롯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Arm이 중립적인 설계 자산 공급자 지위를 포기하고 직접 경쟁에 뛰어든 순간부터 이러한 규제 리스크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는 반도체 생태계의 신뢰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면 Arm 측은 규제 당국의 조사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퀄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Arm 관계자는 "퀄컴의 반경쟁 행위 주장은 상업적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절박하고 비열한 시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회사는 자사의 기술 혁신이 오히려 시장의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어떠한 불법적 독점 행위도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법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에서 Arm의 기업 가치는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rm 주가는 연초 대비 82.3% 급등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의 상승률인 63%를 크게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규제 불확실성보다는 Arm이 보유한 독보적인 설계 자산의 경제적 가치와 인공지능 칩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에 더 주목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FTC의 조사 결과에 따라 Arm의 향후 사업 로드맵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독점 행위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는 물론 라이선스 정책의 전면적인 개편을 강요받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수급 전략과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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