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만 컴퓨텍스 2026에서 차세대 8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5 실물 모형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기술 초격차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신제품은 1c D램과 2나노 공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고 독자적인 열관리 기술인 HPB를 도입해 AI 반도체 시장의 고질적인 발열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활용해 차세대 AI 메모리 주도권을 탈환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한 컴퓨텍스 2026 전시회에서 8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5의 목업을 전격 공개하며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제품 공개를 넘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로직, 패키징을 하나로 묶는 삼성만의 토탈 솔루션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HBM5 제작에 10나노급 6세대인 1c D램과 최첨단 2나노 공정을 결합하여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차세대 HBM 시장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발열 제어를 위해 삼성전자는 HPB(Heat Path Block)라는 독자적인 열관리 구조를 도입했다. HPB 기술은 다이와 다이 사이의 물리적 표면에서 발생하는 열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산하고 방출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블록 구조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7세대 제품인 HBM4E를 통해 해당 기술의 구현과 검증을 완료했으며 이를 HBM5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여 동작 안정성을 한 차원 높일 방침이다.
송재혁 삼성전자 CTO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의 제조 역량이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송 사장은 "급변하는 AI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파운드리, 로직,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토탈 설루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종합 예술과도 같은 AI 기술을 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 충분히 서포트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전시에서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HPB 기술의 핵심은 코어 다이 옆에 일종의 굴뚝과 같은 구조를 추가하여 열 저항을 낮추는 물리적 설계의 최적화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개선은 단순히 메모리 설계에 그치지 않고 베이스 다이 전체의 레이아웃을 최적화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공정까지 전 단계를 내부에서 조율할 수 있는 '원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어 경쟁사 대비 기술 구현 속도와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5의 미래 비전과 더불어 현재 시장의 주력인 HBM4E의 기술적 완성도 역시 데이터로 증명했다. 지난달 말 업계 최초로 샘플 출하를 마친 HBM4E는 최선단 1c D램 코어 다이와 자체 파운드리 4나노 공정 베이스 다이를 결합한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핀당 14Gbps의 속도로 동작하며 최대 16Gbps까지 성능을 끌어올려 초당 4테라바이트(TB/s)의 압도적인 대역폭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패키징 공정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 기술의 세계 최초 적용 계획도 구체화되었다.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은 칩 간의 간격을 획기적으로 줄여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고 열 전도성을 개선하는 첨단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이 적용된 샘플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HBM4E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할 준비를 마쳤다.
다만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차세대 공정 도입에 따른 수율 확보와 고객사별 맞춤형 설계 최적화가 시장 안착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쟁사들이 이미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견고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2나노 공정과 HPB 기술이 실제 양산 단계에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적 우위 선언이 실제 대규모 수주와 매출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철저한 공정 관리와 시장 검증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 사장은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따라 기술 적용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는 유연한 시장 대응 전략을 내비쳤다. 그는 "HBM5에 첫 적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적용 시점은 당길 수 있다"며 기술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컴퓨텍스 전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AI 가속기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표준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삼성전자는 HBM5를 필두로 한 초고성능 메모리 라인업을 통해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1c D램과 2나노 공정의 조기 안정화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기술적 한계를 돌파한 삼성의 통합 반도체 솔루션이 급성장하는 AI 산업 지형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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