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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급 변동성 장세...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 20회 발동하며 역대 최고치 육박

윤근일 기자
금융위기급 변동성 장세...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 20회 발동하며 역대 최고치 육박
©연합뉴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 횟수가 통계 집계 이후 전체 건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역대급 변동성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장의 사이드카 발동은 총 20회로, 이는 2002년 이후 누적 발동 건수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미-이란 전쟁 위기와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이 겹치며 시장의 냉각 장치가 6개월 연속 작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생한 사이드카 발동 횟수가 역대급 수치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국거래소가 현재의 발동 기준에 따라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발생한 전체 사이드카는 총 80회다. 이 중 25%에 해당하는 20회가 올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현재의 변동성 수준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기록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2008년 연간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26회였으나, 올해는 아직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20회를 달성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금융위기 당시의 연간 최다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월별 발동 현황을 살펴보면 시장의 출렁임이 얼마나 지속적이었는지 명확히 확인된다. 지난 2월 3회를 시작으로 3월 7회, 4월 3회, 5월 6회의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이달 1일에도 한 차례 더 기록됐다. 이로써 코스피 시장은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사이드카 발동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러한 극심한 변동성의 이면에는 반도체 중심의 시장 쏠림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주가 증시 급등세를 견인하는 과정에서 수급이 집중되며 지수의 등락폭을 키웠다. 여기에 미-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이 더해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거나 과열되는 양상이 반복됐다.

올해 발동된 코스피 사이드카의 성격을 분석하면 매수와 매도 측면에서 모두 불안정한 흐름이 감지된다. 전체 20회 중 매수 사이드카는 11회, 매도 사이드카는 9회로 나타나 주가가 급등할 때와 급락할 때 모두 냉각 장치가 가동됐다. 이는 시장이 일방적인 하락장이 아니라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이드카 제도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안전장치다.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킨다. 올해 이 장치가 빈번하게 작동했다는 사실은 선물과 현물 시장 사이의 가격 괴리가 극심했음을 시사한다.

증시의 충격은 사이드카를 넘어 시장 전체 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해 3월 4일과 9일에 각각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시장이 일시 정지됐다. 한 달 사이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이나 울린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닥 시장 역시 유가증권시장 못지않은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변동성 지표가 악화됐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11차례로, 이 또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9회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매수 사이드카가 8번, 매도 사이드카가 3번 발동되며 기술주 중심의 시장에서도 과열과 급락이 수시로 교차했다.

개별 종목 단위의 가격 안정화 조치인 변동성완화장치(VI)의 발동 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초까지 집계된 VI 발동 건수는 총 5만 8,786건으로, 이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만 1,000건을 상회한다. 이는 변동성이 극심했던 2020년 팬데믹 시기의 월평균 발동 건수인 7,553건보다도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위주의 수급 쏠림이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전이시키는 핵심 고리라고 분석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시 영향력이 확대된 상황 속에서 이들의 분 단위 주가 및 수급 변동성이 지수 전체로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한 코스피의 급격한 상승이 보유자들의 단기 수익실현 욕구를 자극해 등락폭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동성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매가 지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사이드카와 같은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질서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다 정교한 변동성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는 대내외 주요 이벤트와 지수 상승 속도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업종 간 양극화 심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의 일중 주가 등락폭은 해외 증시 대비 더욱 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지수의 상징적인 수치에 매몰되기보다 시장의 내실과 변동성 지표를 면밀히 살피는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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