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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나노기술 개척자’ 이현규 한양대 교수 별세…장내 흡수율 혁신 이끌어

이성경 기자
‘식품 나노기술 개척자’ 이현규 한양대 교수 별세…장내 흡수율 혁신 이끌어
©연합뉴스

 

항산화 물질을 나노 캡슐에 담아 장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개척한 이현규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향년 63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식품 나노 테크놀로지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최근 코엔자임 Q10의 체내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는 등 산업계에 실질적 기여를 남겼다.

식품 영양소의 체내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는 나노 캡슐화 연구의 선구자인 이현규 한양대학교 교수가 3일 0시 1분께 타계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평생을 식품 나노 테크놀로지 연구에 헌신하며 학문적 성과를 실제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항산화 물질이 소화 과정에서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도달하도록 돕는 정밀 전달체 기술은 국내 식품 산업의 기술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의 학문적 여정은 국내외 유수의 기관을 거치며 탄탄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었다. 천안북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후 한국식품위생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호서대학교 교수를 역임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연구자로 성장했다. 1999년부터는 한양대학교 강단에 서며 후학 양성과 심화 연구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의 연구 핵심은 영양소가 체내에서 손실 없이 흡수되도록 만드는 나노리포좀 및 나노파티클 기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최근 '코엔자임 Q10'이라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을 나노리포좀 캡슐에 넣어 흡수 효율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이후 올해 초 실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며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자인 강민희 씨는 "리포좀과 나노파티클 등 다양한 전달체를 이용한 캡슐화 연구에 평생을 바치셨다"고 회고했다.

기술의 사회적 환원과 실용성을 중시한 고인의 철학은 일상적인 식품 연구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항당뇨 활성이 우수한 잡곡 혼합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며 성인병 예방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떡에 보릿가루를 첨가하여 장기간 굳지 않게 만드는 제조 방법은 전통 식품의 유통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를 통해 이 기술이 기업에 이전되어 실생활에 적용된 것을 가장 보람찬 기억 중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학계와 산업계를 넘어 공공 영역에서도 고인의 전문성은 국가 정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영양안전국장과 식품소비안전국장을 지내며 국민 먹거리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행정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이후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2021년부터 2년 간 한양대 생활과학대학장을 역임하며 조직 관리와 교육 행정에도 헌신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에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었다.

고인의 탁월한 업적은 대내외적인 수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으며 학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2020년 한국식품과학회 학술대상을 시작으로 2021년 오뚜기 함태호 학술상, 2023년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우수과제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이는 기초 과학 연구가 어떻게 산업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델이 되었다. 고인은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시장의 효율성과 기술적 무결성을 동시에 추구한 실사구시형 학자였다.

나노 기술의 식품 적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안전성 검증의 엄격함과 높은 생산 비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인은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를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술의 법적,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규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혁신 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은 보수적인 식품 업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대목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혜정 씨와 자녀 이지연·이종호 씨, 사위 석무현 씨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1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많은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장지는 파주 메모리얼파크로 정해졌다. 고인이 남긴 나노 캡슐화 기술은 향후 국내 기능성 식품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그 연구 정신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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