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홍콩 ELS 과징금 4조에서 6천억으로…금감원, 위반 등급 '하'로 대폭 감경

윤근일 기자
홍콩 ELS 과징금 4조에서 6천억으로…금감원, 위반 등급 '하'로 대폭 감경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 판매한 5개 시중은행에 대해 당초 예상치의 15% 수준인 6,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초 산정액인 4조 원에서 세 차례에 걸쳐 대폭 삭감된 수치로, 은행권의 위반 동기와 방법이 가장 낮은 단계로 재분류된 결과다. 이번 조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초기라는 특수성이 반영되었으며 향후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합산 과징금을 6,000억 원 수준으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홍콩 H지수 기반 ELS 상품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도출된 최종 권고안이다. 과징금 규모는 최초 산정액인 4조 원과 비교할 때 무려 85%가량 줄어든 수치로 기록되었다. 당국은 금융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리적 적용의 정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최종 제재 수위를 조절했다.

당초 금융당국이 검토했던 과징금 규모는 은행권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에서 시작되었다. 금감원은 최초 산정 단계에서 약 4조 원의 과징금을 검토했으나 내부 논의를 거치며 이를 2조 원으로 1차 감경했다. 이후 지난 2월에는 1조 4,000억 원 규모의 제재안을 의결하여 금융위원회에 송부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사실관계 보완을 요구하며 안건을 반려함에 따라 이번에 다시 절반 이하로 축소된 6,000억 원 안이 도출되었다.

제재 수위가 이처럼 반복적으로 낮아진 배경에는 은행권의 위반 행위에 대한 법리적 재해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심에서 은행들의 위반 동기와 방법을 기존 '중' 등급에서 '하'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위반 등급이 낮아짐에 따라 과징금 산정의 핵심 지표인 부과 기준율 자체가 대폭 하락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은행권이 제출한 소명 자료와 법 위반의 고의성 여부를 엄격하게 재검토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의 보완 요구 역시 과징금 규모 축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로 지목된다. 금융위는 지난달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안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의 정합성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며 안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위가 지적한 법리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법 집행의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징금 수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제도적 정착 시기도 이번 감경 결정의 주요 근거로 제시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 첫 대규모 과징금 부과 사례라는 점과 위반 건의 상당수가 법 시행 초기에 발생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법 제도의 도입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을 참작한 조치다. 당국은 징벌적 과징금 부과보다는 제도 안착과 시장 질서 유지에 무게를 둔 결정을 내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시장 질서 확립과 은행의 경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과도한 징벌적 제재가 은행의 대외 신인도와 자본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반영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향후 발생하는 유사 사례에 대해서는 타협 없는 엄정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히 강조되었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책임 경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반면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대폭 감경 조치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수조 원대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 수위가 수천억 원대까지 낮아진 것은 징벌적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의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제재의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제재심 결과는 향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위가 이미 한 차례 보완을 요구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만큼 이번 6,000억 원 안이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은행권은 확정된 과징금을 납부하는 동시에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금융상품 판매 절차 전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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