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베트남 하이퐁에 사상 첫 반도체 기판 생산 기지를 건설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패키지솔루션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낸다. 이번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을 3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기판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구미와 하이퐁을 잇는 생산 이원화 체계를 구축하여 고부가 제품과 범용 제품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다.
LG이노텍은 베트남 하이퐁시와 반도체 기판 공장 증설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생산 거점 다변화를 공식화했다. 이번 협약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도 타인 쭝 하이퐁 시장과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등 양측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하이퐁 생산법인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이는 LG이노텍이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기존 광학솔루션 공장 외에 처음으로 구축하는 반도체 기판 전용 생산 기지다.
신규 공장은 축구장 45개 크기에 달하는 약 33만㎡ 부지에 조성되어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통신용 주파수 시스템 인 패키지(RF-SiP)를 비롯해 플립칩-칩 스케일 패키지(FC-CSP),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이 집중적으로 생산된다. LG이노텍은 그동안 베트남 현지에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며 쌓아온 인프라와 노하우를 반도체 기판 영역까지 확장하여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주요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과의 지리적 인접성은 물류 비용 절감과 고객사 대응력 강화라는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생산지 이원화 전략은 국내 구미 사업장과 베트남 하이퐁 공장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북 구미 사업장은 반도체 기판 신기술 개발과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마더 팩토리'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베트남 신규 공장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범용 반도체 기판을 대량 생산하는 기지로 활용된다. 이러한 이원화 체제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고성능 반도체 기판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FC-BGA와 같은 고사양 기판의 스펙 상향 요구가 빠르게 이어지는 추세다. 온디바이스 AI의 확산 역시 저전력·고성능 제품에 최적화된 FC-CSP와 메모리용 기판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이노텍은 현재 구미 사업장의 생산 라인이 사실상 풀캐파(완전 가동) 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적기 대응을 위한 생산 능력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도입과 5G 채용률 증가는 RF-SiP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스마트폰의 고사양화와 통신 데이터 처리량 증가는 고밀도 집적 기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기술 장벽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 베트남 투자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역시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3월 경북 구미시와 협약을 맺고 패키지솔루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말까지 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이는 해외 생산 기지 확대가 국내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균형 잡힌 투자 행보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추가적인 투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생산지 이원화 전략으로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 규모를 2030년까지 3조 원 이상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사업 확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사장은 이어 "이익 기여도를 광학솔루션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려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정 사업부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생산 비중 확대가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기술 유출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 가속화가 국내 산업 생태계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이 직면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가 경쟁력 확보와 현지 고객사 밀착 대응을 위해서는 해외 거점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LG이노텍은 구미 사업장을 고부가가치 기술의 핵심지로 유지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상쇄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LG이노텍은 베트남 공장의 조기 안정화와 수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5월 준공 이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 글로벌 반도체 기판 공급 부족 해소에 기여함과 동시에 회사의 외형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AI와 통신 기술의 진화가 기판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만큼 LG이노텍의 이번 대규모 투자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LG이노텍의 전략적 행보가 향후 반도체 부품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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