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브라질이 수교 67년 만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며 경제·산업 협력의 폭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한-메르코수르(MERCOSUR) 무역협정 재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남미 시장 공략의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 ‘전략적 동반자’ 격상…4개년 행동계획 채택
양국은 1959년 수교 이후 협력 기반을 바탕으로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치·경제·실질 협력·민간 교류를 포괄하는 ‘한-브라질 4개년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이는 단순 외교 수사를 넘어 중장기 협력 로드맵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경제국(GDP 기준)으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신흥시장 다변화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돌파구’ 마련되나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경제 의제는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체결 문제였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 최대 경제공동체다.
한국은 그동안 상품시장 개방 수준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 대통령은 협상 조속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룰라 대통령 역시 무역협정 체결의 긴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재가동될 경우 자동차·철강·기계·화학 등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의 남미 시장 접근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 10개 분야 MOU…보건·농업·중소기업 협력 확대
양국은 중소기업, 보건, 농업 등 10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 및 약정을 체결했다.
보건 분야 규제협력 MOU는 최근 브라질 내 K-뷰티 수요 확대와 맞물려 화장품·의료기기 수출 확대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을 위한 위생·검역 절차 논의도 이뤄졌다.
검역이 마무리될 경우 국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축산업계와의 이해 조정은 과제로 남는다.
▲ 항공·우주·방산…공급망 협력 고도화
미래 산업 분야 협력도 확대된다. 브라질은 세계 3대 항공기 제조국 중 하나로,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Embraer)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수송기 제조 과정에 한국 부품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등으로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주 분야에서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한국 상업 발사체 발사가 시도된 사례를 거론하며, 향후 성공 시 양국 우주산업 협력의 상징적 성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방산·에너지 전환 분야 역시 상호 보완적 구조가 강하다는 점에서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 ‘포용적 성장’과 ‘AI 기본사회’…정책 공조 모색
경제 철학 측면에서도 양국은 공통 분모를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의 ‘포용적 성장’과 한국 정부의 ‘AI 기본사회’ 구상이 빈곤 완화와 성장 동력 확충이라는 목표에서 접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혜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정책 모델에 대해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이는 기술·복지·성장 전략을 결합한 정책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 남미 교두보 확보…통상 다변화 시험대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한국이 통상 다변화 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브라질은 자원·농산물·항공·에너지 등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국가다. 특히 리튬·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와 농산물 공급망 협력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한-메르코수르 협상 재개가 실제 타결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변수다. 농축산물 개방 수준과 산업 보호 문제 등 민감한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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